[전남인터넷신문]나주 모 관공서에 근무하는 정 씨의 집에는 맛이 다른 두 종류의 김치가 있다. 하나는 정 씨만 먹는 김치이고, 다른 것은 부인과 아이들이 먹는 김치이다. 광양 출신인 정 씨는 매년 광양의 본가에서 보내준 김치를 좋아한다. 그 김치에는 어렸을 때부터 맛이 길들어진 것으로 제피(초피나무 열매)가 양념으로 첨가된 김치이다.
나주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되어 결혼한 나주 영산포 출신의 정 씨의 부인은 결혼한지 20년이 넘었으나 광양의 시가(媤家)에서 보내온 김치를 먹지 못한다. 먹으려고 노력했으나 제피가 들어간 김치는 강한 향 때문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여서 김치만큼은 따로따로 먹게 되었고, 두 종류의 김치를 두고 먹게 되었다.
정 씨의 부인이 자란 나주를 비롯해 호남선 권에 있는 지역에서는 김치에 제피를 넣어 이용하는 문화가 없다. 김치에 제피를 사용하지 않는 것 외에 사용되는 젓갈의 주요 종류 등 몇 가지 점에서도 전라선의 김치와 차이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김치를 담글 때 육고기의 사용 문화이다. 2022년 5월 28일 나주시 영산동 7통 자택 앞에서 제보해 준 김0심 씨(1951년생)는 “나주시 영산동이 고향인데, 1980년대까지만 해도 김치를 담글 때 돼지고기를 볶아서 갈아서 넣기도 했다.”라고 했다.
나주시 보산동에 거주하는 나0순 씨(1955년생)는 “시집와서 시어머니가 하는 방식대로 배추김치 담글 때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채 썰어서 생으로 또는 볶은 다음 젓갈 등 양념과 섞은 후 양념을 했다”라고 했다. “지금도 김치 담글 때 육고기를 넣는데, 고기를 넣은 김치는 감칠맛이 나서 맛있었고, 찌개를 끓이는데 넣어도 맛있다.”라고 했다,
나0순 씨는 또 “김치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오랫동안 저장해 두고 먹을 김치에는 육고기를 넣지 않고, 겨울과 초봄에 먹을 김치에만 육고기를 넣어서 김치를 담갔다”라고 했다. 나주에서는 나0순 씨 외에 고령자분들은 김치에 육고기를 넣어서 담근 경험이 많고, 지금도 육고기를 넣어서 김치를 담그는 가정들이 있다.
배추김치를 담글 때 육고기를 사용한 문화는 목포와 고창 등 호남선권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목포에서 태어나서 자란 김0흔 씨(1952년생)은 “중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집에서 김치 담글 때는 쇠고기를 양념해서 배추김치 양념으로 사용했는데, 쇠고기를 넣은 김치는 특별히 맛있었다”라고 했다.
고창군 무장면 목우리에서 태어나서 현재까지 거주하는 김0남 씨(1956년생)는 “고창에서는 과거에 김치를 담글 때 돼지고기 포를 떠서 김치에 넣기도 했다”라고 했다. 고창과 이웃하고 있는 영광군에서도 배추김치를 담글 때는 돼지고기 포를 뜨거나 듬성듬성하게 자른 것을 사용한 문화가 있었다.
나주에서는 김치에 육고기를 넣을 때 고기를 잘고 곱게 썰어서 넣은 반면에 과거 영광, 함평, 고창 등지에서는 돼지고기를 크게 썰어서 배추김치 제조시에 넣어 놓고, 이것이 약간 삭을 때쯤에는 꺼내서 김치찌개에 이용하기도 했다. 그 김치찌개를 먹어 본 분들은 또 먹기를 원하지만 김치담글 때 돼지고기를 넣어서 만든 김치로 찌개를 만들어 파는 곳은 찾기가 어렵다.
호남선 권에서는 이처럼 나주를 비롯해 전남과 전북의 여러 지역에서 김치를 담글 때 육고기가 사용된 문화가 있었던 것에 비해 전라선 권에는 이러한 문화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전라선권에서는 위의 정 씨 사례에서와 같이 광양을 비롯해 여수, 여천, 순천은 물론 구례, 곡성, 남원 등 여러 지역에서 김치 제조 시에 양념과 혼합한 제피를 사용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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