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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음식 문화 5: 전라선의 전주비빔밥과 호남선의 나주곰탕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 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2-10-20 0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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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김동국 기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Society at a Glance)에 의하면 한국인의 1일 식사 시간은 1시간 45분이다. 15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한국인의 식사 시간은 12번째로 길다. 차를 마시는 시간도 포함된 이 결과에서 가장 짧은 나라는 미국으로 1시간 2분이다. 

  

그 뒤를 캐나다(1시간 5분), 남아프리카(1시간 12분), 스웨덴(1시간 14분), 멕시코(1시간 16분), 영국(1시간 19분), 인도(1시간 24분), 호주(1시간 29분), 일본(1시간 33분), 독일(1시간 35분), 중국(1시간 40분)이었다. 우리나라보다 긴 곳은 스페인(2시간 6분), 이탈리아(2시간 7분), 프랑스(2시간 13분)이다.

  

식사에 걸리는 시간은 생리적인 관점에서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하나 현실적으로 그 장단은 음식의 종류, 식문화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식사 시간이 가장 긴 나라인 프랑스에서는 코스에 따라 나오는 음식을 한 가지씩 차례로 먹는다. 우리나라처럼 식탁에 한꺼번에 다 내어놓고 각자 먹고 싶은 것만 빨리 먹는 것이 아니라 차례로 나오는 음식을 먹으면서 사이사이에 대화를 많이 하는 문화가 있으므로 식사 시간이 길다.

  

식사 시간이 짧은 미국은 패스트 푸드 발상 국가이며, 식사 시간이 긴 이탈리아는 슬로우 푸드 깃발을 내세우는 나라이다. 식문화와 음식의 종류는 이처럼 식사 시간에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나라는 전통 음식 중에서도 패스트 푸드와 슬로우 푸드가 있다.

  

패스트 푸드(Fast food)는 이름 그대로 빠른 음식이다. 보통 제조시간이 짧은 것과 미리 만들어 놓는 것으로 구분되는데, 공급자 입장에서는 음식의 재료의 단순화, 공통화하여 조리 과정을 단순화하고 음식의 맛을 균일화하기 쉽다. 음식의 제조, 유통, 보관 등 여러 제조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접객 서비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는 주문 후 신속하게 받아서 먹을 수가 있다.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 푸드에 대해 선진국의 상류 사회에서는 곱지 못한 시선이 존재한다. 저급한 음식, 푸대접용 음식이라는 시각과 함께 열량은 높으나 영양가는 낮은 정크푸드(junk food)라는 이미지도 있다. 그러나 정크푸드와 패스트푸드는 다르며, 서양음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밥, 국수, 김밥, 설렁탕, 비빔밥 등도 패스트 푸드 범주에 속한다.

  

우리나라 전통 음식 중에서 패스트 푸드는 장터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빠르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식의 종류와 재료에 따라 지역성을 띠기도 하는데, 전라도에서는 전주비빔밥과 나주곰탕이 지역성을 띠는 대표적인 패스트 푸드이다. 

  

이 두 음식은 각각 전라선과 호남선을 대표하는 패스트 푸드로 지역의 농경문화, 음식재료 산지, 조미료 문화 등과 관련이 깊다. 전주의 비빔밥 문화는 전주에 그치지 않고, 전라선 권역에 폭넓게 존재했었던 식문화이다. 

  

나물류가 풍부하게 들어간 비빔밥 식문화가 전라선 권역, 특히 전남 구례를 위시해 전북 남원 등에 풍부하게 존재한 이유는 지리산을 중심으로 산간지대가 많아 산나물의 생산이 풍부한 반면에해산물, 젓갈과 육류 등이 빈약했던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비빔밥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고추장 문화의 발달도 비빔밥 문화의 발전에 부채질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전주비빔밥이 밥 외에 나물류와 고추장이 주요 재료라면 호남선을 대표하는 나주곰탕은 소고기와 그 부산물이며, 고추장 대신 신안과 영광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소금으로 간을 맞춘 음식이다. 나주평야와 김제만평평야가 있는 호남선에서 소는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사육두수가 많았다. 또 농산물의 부산물은 소와 돼지 등 가축의 사육에 좋은 여건을 만들었고, 그것은 나주곰탕처럼 육류의 재료 공급과 수급이 용이했다.

  

결과적으로 패스트 푸드에 속하는 우리나라 전통 음식 측면에서 산간 지역이 많은 전라선에서는 나물류가 중심된 비빔밥이, 평야 지대가 많아 가축의 사육두수와 유통이 많았던 호남선에서는 나주곰탕처럼 육류 중심으로 곰탕, 설렁탕 등의 문화가 상대적으로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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