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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문화 들춰보기: 나주 배 지하 저장고의 유산, 나주 배즙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7-05 08: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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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나주의 배 역사를 되돌아볼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중의 하나는 나주배 지하 저장고이다. 나주 배농가의 지하 혹은 반지하 저장고는 전기가 보급되지 않았고, 저온저장고가 발달되지 않은 시절에 지온을 이용한 대표적인 천연 저장법으로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나주배 지하 저장고는 전력이 풍부하고 저온저장고의 제조와 이용 기술이 발달한 현재에 다시 저탄소 저장법 및 탄소 중립화를 위한 농업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과 함께 그와 관련된 얘기와 유산은 셀 수없이 많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나주 배즙의 제조와 식용문화이다.

 

예로부터 배는 건강에 유익한 과일로 이용되어 왔다. 특히 한방에서는 해소,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다스리는 데 많이 이용되었다. 기관지 천식에는 배 꼭지를 칼로 비스듬하게 오린 다음 차 숟가락으로 배의 깡치(석세포)만을 도려낸 후 죽력(대나무 기름), 도라지, 흥행, 생강, 꿀 등을 채우고 도려낸 꼭지를 덮은 다음 중탕을 하거나 물에 이긴 황토로 감싸서 구운 후 내용물을 복용하는 천식고라는 민간요법의 전통이 있다(사진).

 

나주에서는 이 방법 외에 지하 저장고에서 배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물러진 배에서 배즙을 이용하는 문화가 있었다.

 

2022년 3월 8일에 나주시 다시면 회진마을 앞에서 인터뷰 한 김0숙(1935년생) 씨에 의하면 “친정은 노안면 당림이 안골짝마을인데, 18살 때 회진리로 시집오기 전에 친정에서 아버지를 도와 배 농사를 지었다. 친정집에는 초가집으로 엮은 창고가 있었고, 창고 벽은 흙을 바른 것이었다. 창고 지붕은 마람을 엮어서 만든 초가지붕이었다.

 

이 창고는 배를 저장하는 지하 저장고와 연결되어 있었다. 지하 저장고는 어른 키 이상의 깊이였으며, 넓이는 큰 방 정도였다. 지하 저장고 바닥에는 왕겨를 깔아 놓고 그 위에 짚과 헌 옷 등을 깔아 놓았다.

 

지하 저장고에는 생강 등도 저장했으나 주로 배를 저장하였다. 배는 음력 2월이 넘을 때까지 저장했는데, 배는 저장 중에 썩은 것이나 물러지는 것들이 생겼다. 썩은 것들은 썩은 부분을 파낸 다음 물러진 것과 함께 모아서 대바구니에 담은 다음 옹기그릇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면 맑은 물이 나왔는데, 오랫동안 두고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 약이 없던 시절이어서 이것은 약으로 사용되었다.”라고 하셨다.

 

2022년 3월 8일에 나주시 다시면 회진마을 앞에서 인터뷰 한 정0자(1935년생) 씨는 친정은 노안면 금안마을인데, 어렸을 때 보고 먹었던 배즙에 관한 제보를 해 주셨다. 즉 “작은 집에서는 배를 지하 저장고에 저장했는데 배 중에서 상한 것이 있으면 골라내어서 마포베를 깔아 놓은 대바구니에 담고, 이 바구니를 대를 가로질러 놓은 널벅(넓게 생긴 옹기) 위에 놓았다. 그러면 밝은 배즙이 널벅에 모아졌다. 할아버지는 이것을 손잡이가 있으며, 입구가 좁은 옹기 항아리에 넣어 놓고 시안(겨울)내내 먹었다. 할아버지가 배즙을 떠 주면 너무나 맛있었다.”라고 하여셨다. 

 

2022년 3월 7일에 나주시 금천면 신가리 배과수원에서 인터뷰 한 박0덕(1947년생) 씨는 “친정에는 어른 키만큼 깊이 파서 만든 지하 저장고가 있었는데, 이 창고에는 만상배(만삼길)를 저장했다. 지하 저장고에 배를 저장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물러지는 것들이 있었다. 배가 썩어서 물러진 것은 대바구니에 놓고, 밑에 항아리를 받쳐 놓으면 맑은 물이 빠졌다. 그것은 해수, 기침, 천식에 좋다고 해서 생강, 도라지를 넣고 끓여서 먹었다.”라고 하셨다.

 

나주에서는 위와 같이 배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물러지는 배를 즙으로 이용하는 문화가 있었으며, 이것은 나주에서 배즙의 제조와 이용이 상업적으로 발전하는 동력이 된 나주 조상들의 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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