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박성수 본부장]전라남도구례교육지원청(교육장 김영훈)은 5월 14일(토)에 구례의 두 작은 학교, 청천초의 ‘청천이랑 마을학교’와 토지초의 ‘달빛놀이터 마을학교’가 토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합동 운동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청천초 학생수는 70명, 토지초는 39명으로 전교생이 100명이 안 되는 작은 학교로 두 학교의 학부모들은 그동안 ‘청천이랑’, ‘달빛놀이터’ 마을학교를 운영해 오다 이번에 합동으로 ‘쫌 큰 운동회’를 열기로 합의하고 준비해 왔다.
오랜만에 토지초의 넓은 운동장에 청천초와 토지초 재학생뿐 아니라 병설 유치원생, 졸업한 중학생, 학부모와 교사들까지 100여 명이 모였는데,두 학교가 합동으로 운동회를 개최하기는 처음이다.
운동회는 림보, 줄다리기, 씨름, 피구, 미션 달리기, OX 퀴즈, 콩주머니 담기,100m 달리기와 이어달리기 등으로 꾸며졌는데, 특히 두 번째 경기 줄다리기에서 아이들의 눈에 승부욕이 보이기 시작했다.
“줄을 옆구리에 껴!. ‘영’에 당기는 거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쉴 새 없는 작전 설명이 쏟아졌고 아이들이 눈을 빛내며 줄을 꽉 쥐었다.
“영차!” “영차!” 운동장에 우렁찬 구령 소리와 흥분이 가득 찼고 아이들은 이를 악물고 온몸으로 줄을 당겼다. “손이 빨개졌어요. 근데 괜찮아요!” 온 힘을 쏟아부은 아이들의 얼굴에 성취감과 함께 미소가 번졌다.
씨름은 두 개의 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샅바를 매는 아이들의 얼굴은 비장했고, 옆에서 응원하는 이들도 올림픽 못지않은 긴장된 분위기였다.
중학생 예훈이와 6학년 산이의 끈질긴 대치. 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버티다 한 번의 틈으로 승부가 갈렸다. “이겼다!” 승리의 포효가 모래바람과 함께 울려 퍼졌다. 1학년 담이와 3학년 무하의 한 판. 작은 체구의 두 아이가 샅바를 꼭 잡고 두 다리를 꽉 버티며 힘을 겨뤘다. 씨름 기술을 잘 아는 태성이가 덩치 큰 아이들을 단번에 넘기자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졌다.
보름, 라희, 은솔이. 졸업생들이 문제 낸 OX 퀴즈, 바구니가 넘치게 담은 ‘콩주머니 담기’. 1학년과 손잡고 달리고 선생님이 업고 달리는 풍경이 연출된 ‘미션 달리기’, 유치원부터 고학년 졸업생까지 온 힘을 다해 달린 ‘100m 달리기’, 두 학교의 대표 달리기 선수들이 나선 ‘이어달리기’까지 쉴새 없이 경기가 이어졌다.
마지막 이어달리기에서는 학부모와 학생, 번외편으로 세 번에 걸쳐 진행됐다. 순위보다 열심히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중요했다. 앞선 아이와 거리가 벌어져도 아이들은 기를 쓰고 달렸다. 뒤에 달리는 아이 옆으로 친구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달리며 응원했다.
“줄이 당겨오는 게 느껴졌어요.”, “다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어요.” 승리에 찬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열심히 뛴 성취감을 맛보기도 했다. “탈락해서 아쉬워요.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씨름에 지고 OX 퀴즈에서 탈락해서 우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며 자라는 법’이라며 토닥여 주는 어른들은 아이들이 대견했다.
달빛놀이터 마을학교 대표 정태준 씨는 “운동회를 준비할 때는 승부에 연연하지 말자고 했는데 각자 학교의 이름을 걸고 열띤 경기를 하니 아이들의 투지와 승부욕이 커졌다. 그 긴장감과 응원이 대단했다. 전력을 다해 뛰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온종일 신나게 뛰어논 아이들 얼굴이 빨갛게 익었다. “가을에 한 번 더해요.” 오후 다섯 시까지 꽉 차게 논 아이들이 발길을 돌리기 아쉬워했다.
두 마을학교는 작은 학교라는 장점을 살려 유치원부터 졸업한 중학생까지 마을학교에서 함께 어울려 왔고 마을의 논과 밭, 냇가를 다니며 다양한 놀이를 찾아왔다.
앞으로도 마라톤대회, 논 놀이 등을 함께 하며 우정을 이어갈 계획이며, 구례교육지원청은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관심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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