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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장과 구례장의 야생 고들빼기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4-08 07: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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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봄을 맞이해 4월 3일 곡성장과 구례장을 찾았다. 장에는 어르신들이 입맛을 돋우게 하는 각종 나물들을 갖고 나와 올망졸망 진열해 둔 채 판매하고 있었다. 


어르신 분들이 채취해서 판매하는 나물의 종류와 양은 곡성과 구례가 이웃해 있음에도 차이가 있었으나 고들빼기 만큼은 어느 지역이 많다고 주장하기가 어려웠다.

 

고들빼기는 국화과의 두 해살이 풀로 전국 각지에 자생 하는 민속채소이다. 고들빼기의 옛 이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433년에 간행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고거(苦苣)의 향명(鄕名)은 고잣바기(愁伊禾)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1760년 1월부터 융희 1910년 8월까지 조선 조정과 내외의 신하에 관해 기록한 일기인 ‘일성록(日省錄)’의 1796년 2월 11일 기록에는 ‘古乭朴(고돌박)’으로 표기되어 있다.

 

19세기의 학자 이규경(1788-1863)이 쓴 백과사전 형식의 책인‘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만물편(萬物篇)에는 “고채(苦菜)의 속명은 古突朴伊(고돌박이)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황필수(1842-1914)가 각종 사물의 명칭을 고증하여 1870년에 펴낸 책인 ‘명물기략(名物紀略)’의 소채부(蔬菜部)에는 “고들빼기의 명칭은 고채이고, 일반에서는 ‘고독바기(苦荼轉訓)’ 또는 ‘쇠귀나물’로 읽는다”고 되어 있다. 이후 20세기 초의 문헌에는‘고들쌕이’로 표기되어 있어, ‘고들빼기’는 고들쌕이’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들빼기의 식용문화는 광양, 순천, 구례, 곡성, 여수 등 전남 동부지역에서 발달되어 있으며, 주요 산지이기도 한다. 이 지역에서는 오늘날처럼 대량으로 재배되기 전부터 야생의 고들빼기를 연중 수확해서 식용하는 문화가 있었다. 

 

야생의 고들빼기의 이용은 여름과 가을에 잎사귀 위주로 이용했다면 겨울에는 뿌리를 봄에는 뿌리와 새싹을 이용했다. 이중에서 겨울의 뿌리는 단맛이 증가해 쓴맛과 단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맛이 일품이고, 이른 봄의 고들빼기는 뿌리와 부드러운 잎사귀가 조화를 이루는 맛이 매력적이다. 

 

현재는 잎이 무성하고 생산량이 많은 고들빼기 품종이 육성되어 경작지에서 대량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들이 많다. 눈으로 보기에는 먹음직스러워도 야생의 고들빼기가 갖는 맛, 특히 계절에 따라 각각의 식용 부위가 나타내는 미묘한 야생의 맛을 내지 못한다.

 

그래서 고들빼기의 참맛을 아는 사람들은 일부러 야생의 고들빼기를 찾으며, 계절에 따른 독특한 맛을 즐긴다. 이른 봄 곡성장과 구례장에서 어르신들이 팔고 있는 고들빼기는 그런 분들을 위한 것들이었다. 일부는 원예 품종이었으나 대부분이 야생의 고들빼기를 채취하여 시장에 갖고 나온 것들이었다. 이 고들빼기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과 함께 나물을 캐는 사람들의 감소로 인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음에 반가우면서도 씁쓸함이 느껴졌다. 

 

이 봄이 다하기 전에 많은 분들이 곡성, 구례, 광양, 순천 등지의 장에 출하되는 야생 고들빼기 참맛을 느껴 보시길 권한다. 동시에 다양한 야생종의 고들빼기의 맛을 우리세대뿐만 아니라 후 세대도 맛볼 수 있도록 전해졌으면 한다.     

 

참고문헌

허북구, 류동영, 오경택, 이경동, 천상욱. 2014. 전남 유망 틈새 자원식물의 기능성과 산업화 전략. 세오와 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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