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지난 4월 3일 구례 읍내에 있는 구례장을 방문했다.
구례에서 생산되는 봄철 식자재 조사차 방문한 구례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각종 봄나물을 팔려 나온 시골 어르신들. 곡성에서 구례로, 하동과 광양에서 구례로 이어진 섬진강변의 벚꽃 가로수 길을 따라 구례로 온 관광객들 간에 물건을 팔고 사는 모습은 시골장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활기찼다.
붐비는 사람들 틈에서 식자재 종류 하나하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눈에 띈 것 중의 하나는 질경이였다. 질경이는 잎이 다소 질긴 편이며, 길가에 잘 자란다. 그러므로 질경이 이름의 준거(準據)는 잎이 질긴 데서 유래했거나 길(질)가에 많이 자라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옛 문헌에는 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옛 문헌에서 질경이에 대한 이름은 허준이 1613년에 펴낸‘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길경이’로 기록되어 있으며, 1417년에 최자하(崔自河)가 간행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는‘길형채(吉刑菜)’라는 향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두 문헌을 보면 길(질)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질경이의 한자 이름은 차전초(車前草), 차과로초(車過路草), 차전자(車前子) 등으로 불리는데, 마차가 다니는 길가에서 잘 자라는 생태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
질경이의 이름은 그 유래가 어느 것이든 ‘질기다’라거나 ‘길가에서 자라는 강건한 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름에서부터 흔하고 질기다라는 선입감이 있으며, 그 이미지는 식재료와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다소 있다.
그래서인지 질경이는 흔하나 나물이나 초무침, 국거리 등으로 사용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고, 시골장에서도 질경이를 나물로 판매하는 곳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4월 3일에 방문한 구례장에서 어르신 한 분이 직접 채취했다며 질경이를 판매하고 계셨다. 그분에게 질경이의 용도를 확인차 조리법을 여쭤보았더니 나물용이나 국거리용으로 사용하면 좋다고 하셨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이었지만 구례에서는 예전부터 국거리 및 나물용으로 많이 이용해 온 나물이라며 판매하고 있는 것에서 나물 맛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 자리에서 질경이를 구입한 후 집에서 나물로 무쳐 먹고, 된장국을 끓여 먹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질경이 나물을 먹게 된 것은 질경이가 나물용과 국거리용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나 요리 안내법에 관한 자료(책, 유튜브 등)가 아니라 ① 구례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질경이의 발견과 쉽게 구입하게 된 점, ② 구례에서 전통적인 식재료로 사용해 왔다는 이야기, ③ 경험자의 조리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호기심이 생겨서였다. 즉, 나물용 질경이의 판매, 식용문화, 조리법이 식용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은 소멸되고 있는 우리 전통 식자재의 보존과 전승의 답이 될 수가 있다. 현재 소멸(消滅)되었거나 소멸 중에 있는 전통 식자재 중에는 맛이 없거나 식품으로 부적당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 보다는 재료의 구입이 어렵고, 조리법의 보급 미비, 식용문화의 지역성, 음식문화의 변화 등에 따른 것들이 많다.
특히 음식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쇠퇴하는 것과 새로이 흥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후세대들이 맛을 보거나 평가할 기회조차 없이 우리 세대에 전통 음식이 소멸된다면 후세대에게는 선택의 기회조차도 빼앗아 버린 것과 같다. 소멸된 음식은 재료 구입이 어려워지고, 그 맛을 아는 소비자가 적어 부활 또한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질경이처럼 소멸 위기에 처한 것들을 지역 차원에서 찾아서 최소한의 전승 기반을 마련하는 것과 함께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 조리법을 개발하고 보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식재료가 충분히 생산되고 공급이 되어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통 음식이 활성화되고 식재료의 소비가 많아지면 그것은 지역 특성화 품목으로 정착되고, 자연스럽게 농가 소득에 기여하게 된다. 구례 질경이부터 전통 음식 문화가 보존되고, 시대에 맞게 산업화가 되길 기대한다.
참고자료
허북구, 양승렬, 조자용, 장홍기, 천상욱, 박윤점. 2005. 지리산권역에서 산채류의 유통 및 이용 실태. 한국식물인간환경학회지 8(2):.5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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