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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장에서 보리싹과 세발나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4-04 08:5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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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4월 3일 곡성 읍내에 있는 곡성장(3일, 8일장)을 찾았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이라 쓰여진 조형물과 70여 채나 되는 옛 장옥(場屋) 건물의 장 내부에는 물건을 팔고 사는 사람, 그것을 구경하려 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만큼은 코로나를 잊은 듯했고, 쇠퇴해가는 전통시장이 되살아나는 듯 기운이 넘쳐흘렀다. 활기찬 시장의 주인공은 봄이었다. 화사하게 핀 꽃들의 유혹에 못 이겨 집을 나섰다가 장을 찾은 사람들, 봄나물을 캐서 팔려 나온 분들로 시장은 봄의 열기로 가득했다.

 

특히 봄나물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봄나물을 직접 캐고 이것을 팔려 나온 고령자분들이 30여명 정도되었다. 쑥, 쑥부쟁이, 머위, 달래, 두릅 등 곳곳에 곡성에서 자란 봄나물이 바닥에 진열되어 있었고, 시장에서 가게를 내어 장사를 하신 분들의 나물 또한 어울려 있었다.

 

많은 종류의 나물 가운데, 이색적인 것은 보리싹과 세발나물이었다. 보리싹은 곡성에서도 흔히 볼수 있으나 식용문화가 없고, 세발나물은 산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리싹과 세발나물을 판매하는 분에게 그것을 팔게 된 사연을 여쭈었다.

 

보리싹과 세발나물을 판매하는 분은 시장 내에 가게에 있는 분으로 나물류 등을 전문적으로 유통하고 있는데, 시장에서 50년 정도 장사를 해왔다고 했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나물류가 대부분 곡성에서 생산된 것과는 달리 광주 양동 시장 등지에서 구입해서 곡성에서 판매하는 형태로 장사를 하시는 분이었다.

 

이분은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시장에서 장사를 50년 정도 했는데, 보리싹처럼 안 팔린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광주 등지에서는 잘 팔린다고 해서 처음으로 물건을 받아 왔는데, 하나도 팔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세발나물은 팔기 시작한지 조금 되었는데, 잘 팔린다고 했다.

 

전남에서 보리싹과 세발나물을 이용하는 문화는 지역적인 차이가 있으나 그 이용 역사를 생각하면 당연히 보리싹이 잘 팔리고 세발나물이 안 팔릴 것 같은데 곡성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보리싹을 국거리 등에 이용하는 문화는 전남 중부와 서남권의 일부 지역이긴 하나 그 이용 역사가 100년 이상 되었다. 반면에 세발나물은 신안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 이용하는 문화가 있었고, 그것이 대중적으로 이용된 것은 불과 10여 년이 조금 지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리싹은 안 팔리고, 세발나물이 잘 팔리는 이유를 질문했더니 답은 간단했다. 곡성에서 보리싹을 이용한 국 등을 먹어보거나 요리해 본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세발나물은 학교 급식, 노인당 등 시설에서 흔히 사용되는 식재료이므로 먹어 본 사람도 많고. 이것으로 반찬을 만들어 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식자재를 납품하는 사람들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었다. 

 

보리싹과 세발나물의 식용문화가 없는 곡성에서 보리싹은 팔리지 않고, 세발나물만 팔리는 현상은 남도의 문화적 배경을 지닌 농산물 유래 식재료를 어떻게 육성하고 판매하며, 시장을 키울 것인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동시에 남도의 지역색을 지닌 식재료들이 소비자들의 고령화와 사망 증가에 따라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보존대책의 답이 될 것이다. 그 답에 대해 지역에서부터 해결책을 모색하고 답을 실천에 옮겨 지역을 살리고, 후손들에게 먹거리의 다양성을 전승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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