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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꿀벌, 예방책은 없는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3-17 08: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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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꿀벌들이 집을 나가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국양봉협회가 전국의 회원 농가를 대상으로 집계한 피해 건수를 보면, 이달 초 기준 전국 4,173개 양봉농가의 39만517개 벌통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남의 양봉은 지난해 10월부터 실종된 꿀벌로 약 25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사라진 꿀벌들은 어디로 갔으며, 왜 돌아오지 않을까? 그리고 예방책은 없는가?

 

꿀벌들이 집단적으로 사라졌다는 첫 기록은 1800년대 말 미국에서 있었다. 1994년 프랑스에서도 뚜렷한 이유 없이 사라져 버린 많은 양의 꿀벌 때문에 프랑스의 양봉업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아연실색했다. 


일벌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벌집에는 여왕벌과 유충, 아주 적은 수의 미성년 일벌만이 일벌이 되돌아오길 기다렸으나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일벌이 없게 된 벌집의 사회구조는 굶주리고 균형을 잃게 되어 벌집 전체가 약해져 벌집의 붕괴로 이어졌다.

 

꿀벌의 집단 실종사태는 2006년에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났으며, 캐나다, 브라질을 시작으로 유럽, 독일, 네덜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심지어 아시아, 인도, 중국 남부 등지에 이르기까지 잇달아 일어났다. 이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벌의 군집붕괴현상의 원인은 다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이번 꿀벌의 집단 실종에 대해 농촌진흥청의 진단은 정확한 이유는 판정되지 않으나 이상기후와 해충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즉, 응애류가 급증함에 따라 일벌이 정상적으로 양성되지 않았을 가능성, 과도한 살충제 살포, 지난해 9-10월 저온현상으로 일벌들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한 점, 상대적으로 늙은 일벌들이 일하려 나갔다가 쇠력해 되돌아오지 못한 점 등의 가능성도 내 비추고 있다.

 

그런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 이상기후라고 해도 기후가 다소 유사하게 나타났던 일본에서는 한국처럼 발생하지 않았고, 지난 수십 년간의 기후와 비교했을 때 지난해와 올 초의 기후가 특별했는가? 그리고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이 일어났던 외국에서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과 국내에서 원인으로 추정하는 것과 일치 여부를 비교해 보면 그 원인이 명확하지가 않다.

 

현재,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의 발생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환경 오염, 천적, 살충제 사용, 태양의 흑점활동, 휴대폰의 전자파 등이 모두 원인일 수 있으며, 그중에서 살충제와 응애류가 가장 해로운 것으로 보고 있다.

 

벌의 군집붕괴현상의 가장 큰 특징은 집을 나간 일벌이 집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현상인데, 그 이유는 꿀벌들이 방향 감각을 잃고 벌통으로 되돌아오는 길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다. 꿀벌의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드는 원인에 대해서는 휴대폰의 방사선, 전자파, 태양의 흑점활동에 의한 자기장의 혼란, 인간이 사용하는 농약 등 화학약품에 의해 꿀벌의 신체 면역체제가 붕괴되어 귀환 능력의 상실과 기억력 저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비행과 탐색 능력 저하의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비행, 탐색, 체력과 면역 및 귀환 능력을 상실한 일벌들은 꿀을 채취하려 집을 나섰다가 집(벌통)에 되돌아오지 못한 채 밖에서 죽게 되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가 많은 가운데, 국립타이완 대학교 연구원들은 꿀벌에게 부티르산나트륨(sodium butyrate, NaB)이라는 식물 유래의 화합물을 꿀벌의 먹이에 첨가한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사망률이 낮으며, 면역, 학습 및 기억과 관련된 유전자의 발현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Tang, C.K. at al. doi:10.1016/j.isci.2021.103056). 연구원들은 또 바이러스에 감염된 꿀벌이라도 NaB를 급여한 꿀벌들은 벌통으로 되돌아오는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타이완대학 연구원들의 NaB 급여에 의한 꿀벌의 면역력 행상 연구 내용은 벌의 군집붕괴현상을 예방하는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계 당국에서는 신속한 피해 대처는 물론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고, 텅텅 빈 벌통을 보면서 억장이 무너져 버린 양봉농가가 나오지 않도록 관련 연구과 예방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참고자료

Tang, C.K., Y.H. Lin, J.A. Jiang,  Y.H. Lu, C.H. Tsai, Y.C. Lin, Y.R. Chen, C.P. Wu and Y.L. Wu.  2021. Real-time monitoring of deformed wing virus-infected bee foraging behavior following histone deacetylase inhibitor treatment. j. iscience 24, 10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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