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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색깔에 대한 인간과 곤충의 시각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3-11 08: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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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진달래꽃이 피는 봄이 되었다. 진달래꽃을 선두로 다양한 봄꽃들이 피고 있으며, 제주도에서부터 노란 유채꽃도 북상하고 있다. 다종다양한 봄꽃들은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에 위안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깔이 다르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은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에버랜드' SNS 채널에서 '가장 좋아하는 봄꽃 종류와 색깔'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약 1,400명이 댓글로 참여했는데, 좋아하는 꽃으로는 '벚꽃'을 꼽은 응답자가 40%로 가장 많았다. '가장 좋아하는 봄꽃 색깔' 질문에는 벚꽃, 튤립, 매화, 진달래 등 많은 봄꽃을 채색한 '분홍'(52%)이 가장 많은 선호를 받았고, 개나리의 '노랑'(26%), 벚꽃, 목련 등의 '흰색'(10%) 등이 뒤따랐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분홍색 꽃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곤충도 그럴까? 곤충의 눈은 사람과는 달리 자외선을 포함한 청색이나 자색 등의 짧은 파장(300-600nm)의 빛에는 반응하기 쉽고, 적색 등의 긴 파장의 빛에는 반응이 둔하므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홍색은 잘 보이지 않는 색이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꽃으로 청-보라색과 분홍색 꽃다발을 만들어 두면 곤충들은 주로 청-보라색 꽃다발에 모인다.

 

곤충은 이렇듯 잘 보이거나 좋아하는 색은 파장이 짧은 자외선에 가까운 색으로 ‘청-자색’이다. 인간의 눈에 보이는 빛은 ‘가시광선’이라고 하는데, 곤충의 눈에도 똑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에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자외선은 곤충에게는 잘 보인다. 색으로 말하면 인간의 눈에는 녹색이 감도가 높은 데 비해 곤충에게는 자외선의 색에 가까운 청자색이 가장 잘 보이는 것이다.

 

태양의 빛을 프리즘으로 분해하면 우리 인간의 눈에는 보라색, 남색, 청색, 녹색, 노랑, 주황색, 빨강과 무지개색으로 나뉘어 보인다. 그러나 곤충에게 보이는 색은 자외선으로 보라색-빨간색의 파장뿐이며, 노란색, 녹색, 분홍색은 분명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청색, 보라색 계통으로 인식한다. 적외선에 대해서는 곤충도 사람처럼 감별하지 못하고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곤충의 눈에는 청-자색 계열이 가장 눈에 띄고, 적색, 노란색 등 긴 파장이나 흰색, 분홍색 등은 눈에 잘 띄지 않으므로 야외복의 선택뿐만 아니라 농업에서 해충 방지를 위한 색의 선택에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곤충의 시각으로 긴 파장의 색은 눈에 잘 띄지 않으나 곤충의 힘을 빌려서 수분을 해야 하는 꽃 중에는 긴 파장의 색을 가진 꽃들이 많다. 특히 봄철에는 노란색 꽃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첫째, 봄에는 자연계의 색채가 부족하므로 노란색의 배경과 구별되면서 잘 띈다. 둘째, 노란색 꽃에는 카로틴계 색소를 갖는 꽃(개나리, 금잔화, 민들레 등)과 플라본 색소를 갖는 꽃(금어초, 백합, 튤립 등)이 있는데, 카로틴계 색소는 자외선을 흡수하고, 플라본계 색소는 자외선을 반사하면서 곤충에 반응한다.

 

곤충이 반응하기에 좋지 않은 색소를 가진 꽃들은 향기, 꿀 등 다른 요소로 곤충을 유인하는데, 꿀이 들어 있지 않은 꽃으로 곤충을 속여 곤충을 수분 매개자로 이용하는 종도 있다. 이 식물들은 같은 색과 모양의 꽃을 계속해서 피우면 곤충이 반복해서 속은 후에 그 꽃을 피하게 되므로 다른 색깔의 꽃을 피우는 식물로 진화해서 곤충을 유인한다. 곤충에 대한 식물의 이러한 대응 방식으로 인해 꽃 색깔과 모양이 다양하게 진화되어왔다.

 

과거에는 식물이 곤충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되었고, 인간이 꽃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혜택을 입었다면 오늘날에는 인간이 육종기술에 의해 인간의 시각에 맞는 꽃을 만들어내고 있어 꽃도 곤충 등 자연이 아니라 인간 중심이 되어 버렸다. 

 

다행히 우리 산천의 많은 나무와 풀꽃들은 아직 자연상태를 유지하면서 봄꽃을 피우고 있다. 유통되고 있는 식물 중에는 인간에 의해 육종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 그러한 식물과 어울리면서 자연을 느끼고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치유 받는 봄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Kotaro Kagawa and Gaku Takimoto. 2016. Inaccurate color discrimination by pollinators promotes evolution of discrete color polymorphism in food-deceptive flowers. Am. Nat. 187(2):19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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