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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나비완두콩 꽃 단속, 잘한 일인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2-24 08: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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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식용불가 ‘나비완두콩 꽃’ 사용 음료 섭취하지 마세요!”2월 23일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발 보도자료 제목이다. 


부제목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나비완두콩 꽃’사용 카페 등 11곳 적발‧조치”이다.

 

기사는 ‘나비완두콩 꽃(Butterfly pea flower)’을 원료로 음료와 침출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등 ‘식품위생법’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11곳을 적발해 관할 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고발 조치했다는 것과 주요 위반내용은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 사용 ▲질병 예방·치료에 대한 효능‧효과 광고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보도자료는 수많은 언론에서 기사화되었고, 국내에서는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었던 나비완두콩 꽃이 순식간에 화제에 오르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기사를 접한 사람 중에는 나비완두콩이 생소할 수 있으나 동남아를 여행한 사람들, 꽃차와 천연색소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식물이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이 꽃이 차로 많이 이용되고, 열에 강한 청색 색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국에서는 꽃을 샐러드로 사용하고, 밀가루를 묻혀 튀겨서 이용하며 다양한 간식에도 이용된다. 인도와 필리핀에서는 나비완두콩의 어린 새싹, 잎, 꽃 및 연한 꼬투리를 채소로 먹는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잎을 사용해 음식에 녹색을 내고, 꽃을 사용해 떡에 파란색을 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차로 많이 이용되는 것 외에 청색 쌀밥을 지을 때 사용한다. 

 

나비완두콩의 학명은 클리토리아 테네티어(Clitoria Ternatea)이며, 국내에서는 버터플라이피(Butterfly Pea), 접두화(蝶豆花), 클리토리아 테네티어, 나비완두콩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국내에 도입되어 이용된지는 10년 이상 되었고, 최근 4-5년 사이에는 천연색소 및 꽃차 등으로 유통되어왔다. 

 

나비완두콩 꽃에는 유용한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과거부터 약용과 식용으로 이용한 전통이 있으므로 안전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거의 없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나비완두콩 꽃이 식품, 음료, 아이스크림 등에 사용되는 문화가 동남아시아에서 미국, 남미, 유럽 등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확산되면서 식품산업에 부가가치를 더하고 있다. 

 

심지어 스타벅스는 2018년에 아시아에서 나비완두콩 꽃 색소를 이용한‘버터플라이피(Butterfly Pea) 레모네이드 콜드브루’라는 차를 출시해 인기를 얻고 있다.

 

나비완두콩 꽃의 이용이 확산되자 일부 국가에서는 사용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대만 식품약품관리서(우리나라 식약처에 해당)의 경우 2019년에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나비완두콩 꽃을 음료, 티백 또는 식용 제품의 색소로 이용하는 것은 식품안전위생관리법에 위반되지 않으나 꽃 자체를 섭취하는 것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안된다고 밝혔다.”

 

미국 FDA는 과거에 나비완두콩 꽃을 독성식물 목록에 포함시켜 놓았으나 2018년에 센시엔트 테크놀로지(Sensient Technologies) 사가 나비완두콩 꽃 추출물의 식용 색소 사용 승인을 요청함에 따라 지난해 9월 식품으로 승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꽃차나 색소를 이용한 상품의 유통이 증가하고 있으나 식약처의 기준에 의하면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이다.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인 것과 함께 효능‧효과 광고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식약처가 단속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고 박수받을 만하다.

 

그런데 식약처의 이번 단속의 근거가 된“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라는 기준은 나비완두콩 꽃에 독성물질의 함유가 확인되어서가 아니라 식약처의 식품공전 ‘식품원료’ 목록에 없어서이다. ‘식품원료’ 목록에 등재되려면 누군가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와 함께 식품원료 인정 신청을 해야 하나 그동안 없었다. 식약처 또한 자체적으로도 식품의 성분 측면에서 식품 원료로서 식용 적부에 관한 검토나 ‘식품 원료’목록 등록에 대한 노력을 했다는 흔적이 없어 보인다. 

 

나비완두콩 꽃의 식품적 이용가치가 커지고 있음에도 그에 대한 파악 소홀과 성분 측면에서 식용여부 판단을 위한 노력이나 대책 없이 단속만을 앞세운 처사는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식물성 천연 청색 색소 원료인 나비완두콩 꽃 색소는 '파란색 식품은 가짜다'라는 소비자 인식을 바꿀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더 그렇다.

 

나비완두콩 꽃의 색소는 장점이 많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국내 식품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과 재배농가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법과 단속 기준 타령, 실적 자랑만 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식품원료’에 등재하고, 부위별 식용 가능 여부를 표기하여 농민, 공급자, 유통업자, 소비자 모두에게 혼동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

 

참고자료

Kamkaen, N. and J. M. Wilkinson. 2009. The antioxidant activity of Clitoria ternatea flower petal extracts and eye gel. Phytother. Res. 23:1624–1625.

Kuppan Nithianantham et al. 2013. Evaluation of hepatoprotective effect of methanolic extract of Clitoria ternatea (Linn.) flower against acetaminophen-induced liver damage. Asian Pac. J. Trop. Dis. 3(4):314–319.

Samantha Oller. 2021. New blue: FDA approves Sensient's natural color made from butterf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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