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나주절굿대떡이 국제슬로푸드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 나라 전통 음식과 문화보전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등재됐다.
각 나라의 국가위원회에서 심사 후 후보를 정해 국제슬로푸드협회 본부에 신청하면 국제본부 산하 생물종다양성재단에서 승인해 최종적으로 선정되는 ‘맛의 방주’ 품목은 특징적인 맛을 가지고 있을 것, 특정 지역의 환경, 사회, 경제, 역사와 연결돼 있을 것,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될 것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맛의 방주는 1986년에 시작돼 2022년 1월 21일 기준 전 세계 5,683개 품목이 등재됐으며, 우리나라는 105품목을 등재 시켰다.
맛의 방주에 등재된 우리나라 품목 중 떡은 경기도와 강원 지역에서 늦은 가을에서 겨울까지 화롯불에 구워 먹던 벌통에서 얻은 밀랍을 바른 떡인 밀랍떡(Milrap Tteok), 경기도 지역의 향토 음식으로 햇수수와 콩을 가루내어 찐 시루떡인 수수옴팡떡(Susuompangtteok), 나주지역에서 제비쑥을 이용해서 만들어 먹었던 별미떡인 제비쑥떡(Naju Jaebissuktteok), 수리취 잎으로 만든 떡인 수리떡(Traditional Suritteok), 나주 산에 자생하는 절굿대 잎과 나주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떡인 나주절굿대떡(Naju Jeolgutdaetteok)으로 5품목이다.
5개의 품목 중 떡에 지역명이 들어간 것은 나주제비쑥떡과 나주절굿대떡 2종류여서 나주는 ‘맛의 방주’에 등록된 떡 이름을 통해서 지역을 홍보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나주는 2종류의 떡이 ‘맛의 방주’에 등재된 전국 유일의 지방자치단체가 되었다.
나주는 “모양은 전주, 맛은 나주” 라는 말이 전해 올 정도로 먹을거리가 발달 된 곳인데, ‘맛의 방주’에 등재된 떡 외에 단오 때 먹은 찔레꽃떡, 겨울철부터 이른 봄에 먹는 보리싹떡, 봄에 미숙한 보리를 채취하여 만든 보리떡 등 많은 떡 종류와 식용문화의 전통이 있다. 그런 점에서 ‘맛의 방주’에 떡 2종류가 등재된 것은 부족한 감이 많으나 맛의 고장으로 자존심을 살린 것과 함께 나주 음식문화를 알리고, 나주 떡을 특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나주는 음식문화 발전의 양축인 재료의 공급과 소비라는 측면에서 차별화된 우수한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 철로 등 육로 교통의 발달이 미비했던 시절에 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은 나주를 관통하는 영산강을 통해 나주로 이송되었고, 나주에서는 이것을 자체 소비 외에 각지로 유통하는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나주평야에서 생산된 곡물류와 채소류 및 산채류는 해산물과 조화를 이루며 음식의 맛을 더했으며, 사람이 왕래가 많았던 지리적 조건은 융합 음식의 탄생과 발전을 촉진시켰다.
나주 음식문화가 화려한 꽃을 피우던 시절에도 나주 제비쑥떡, 나주 절굿대떡은 최상급의 떡이면서 귀한 떡이었다. 이들 떡은 찰지고 맛이 좋았으며, 물자가 풍부한 나주에서도 제비쑥떡과 절굿대떡의 재료가 귀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귀한 떡이다 보니 아껴 두었다가 설 명절이나 큰 행사 때 그리고 결혼한 여성들이 친정에 왔을 때 딸을 위해 시댁으로 만들어 보냈던 떡이었다.
제비쑥떡과 절굿대떡 문화는 특히 나주에서 융성한 가운데, 전남과 전북의 일부 산간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그 역사는 최소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조선 시대는 물론 근대의 풍습 기록물이나 떡 관련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중앙 중심(특히 한양)의 문화로 인해 원거리에 있는 지방의 문화와 풍속은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데 있다.
재비쑥떡과 절굿대떡처럼 기록이 없는 것들은 시대의 변화에 의해 문화가 단절되면 후세대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복원 및 발전시키지 못한 채 사라지기 쉽다. 제비쑥떡과 절굿대떡은 다행히 기록이 없음에도 고령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발굴되었다. 재료 구입의 어려움은 재료 식물의 재배를 통해 해결함에 따라 나주에서는 떡의 생산과 판매를 통해 전통을 잇게 되었으며, ‘맛의 방주’에 등재되어 지방의 음식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었다.
음식문화가 풍부했던 남도에는 제비쑥떡과 절굿대떡처럼 우수한 음식임에도 기록이 되어 있지 않고, 재료 구입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사라져 가는 것들이 많다. 이제라도 지역의 옛 식문화를 발굴하여 기록하고, 재료 식물의 재배나 현대화된 시설을 이용한 복원, 변형 및 융합 등을 통해 지방의 식문화를 살릴 필요가 있다. 지역의 특성화,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측면 못지않게 조상들의 음식을 후손들에게 전달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나주절굿대떡의 ‘맛의 방주’등재는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는 남도의 많은 전통 음식을 되돌아보고, 발굴과 보존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18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