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인디고 식물에 대한 한국 고유어는 쪽(Jjok)이다. 식물명 쪽의 유래는 불명확한 가운데, 쪽(Jjok)은 인디고 식물 가운데, 요람(蓼藍, Polygonum tinctorium)만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많이 사용된다.
인디고 염료와 인디고 색 등을 가리킬 때는 재료로 사용된 인디고 식물의 종류와 관계없이 쪽염료(Jjongmul), 쪽색(Jjoksaek), 쪽빛(Jjokbit)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쪽(蓼藍, Polygonum tinctorium)이 재배되고 있으나 인디고 식물은 세계 각지에 23과 100종류 이상이 확인되어 있으며, 각각 학술적인 이름과 지역명이 부여되어 있다.
그중에서 인디고 생산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종류는 6종류 정도이며, 과거 한국에서 쪽 염료의 제조에 이용되기 위해 재배된 식물은 2종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 시대의 문헌을 보면 오늘날 주로 재배되고 있는 쪽(Polygonum tinctorium) 외에 십자화과 식물인 숭람(Isatis tinctoria)이 재배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쪽은 한자로 요람(蓼藍)이라 한다. 요람으로 불리는 이유는 서호수(徐浩修)의 해동농서(海東農書, 18세기 후반에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농서)에 설명이 나와 왔다. ‘요람의 잎이 여뀌와 유사하다(蓼藍葉似蓼)’라는 대목이 그것이다. 즉 요람은 여뀌처럼 잎이 길고 끝이 뾰족한 데서 유래된 것이다.
해동농서(海東農書)에는 숭람 또는 대청으로 불리는 이사틱틴토리아(Isatis tinctoria)도 서술되어 있다. “崧藍(숭람, Isatis tinctoria)은 잎이 배추와 유사하고 보통 청대라 부른다, 전(니람)을 만들 수 있고 아청색(鴉靑色)을 염색한다”라는 내용이 그것이다.
여기서 아청색을 염색한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짙은 푸른색을 염색하는데, 숭람(崧藍)이 많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숭(菘)은 소나무 송(松)+풀초(艸)가 조합된 말이다. 숭(菘)은 배추의 옛 이름으로 숭채(菘菜)라는 이름과 함께 쓰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발행된 본초강목(本草綱目, 1578)에서는 “배추의 성품은 겨울을 이겨낼 수 있으며 늦게까지 시들지 않고 사시사철 항상 볼 수 있어 소나무(松)와 같은 절개(操)가 있는 채소[艸]라는 뜻에서 숭(菘)이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숭람은 조선 시대 문헌인 해동농서 외에 이규경(1788-미상)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19세기에 발간), 홍만선의 산림경제(山林經濟), 최경석의 시험장각종목록(試驗場各種目錄) 등에 대청(大淸)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 있다.
숭람은 1900년 이후의 문헌에도 등장한다. 일본농상무성이 1906년에 발간한 한국의 농업에 관한 조사보고서인 ‘한국토지농산조사보고(韓國土地農産調査報告)-경상도, 전라도’에 염료류 남(藍)의 기록에는 ‘기타로 한국에는 숭람이라는 것이 있는데, 염료로 사용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되어 있고, 같은 책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편에서는 숭람에 대해 한국어로 ‘청대’, 혹은 ‘대청’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경주 양동 마을에 생존해 있는 기능보유자들의 구전에 의하면 현재 재배하고 있는 요람(쪽)류를 보고 자기가 쪽 염색한 것하고는 잎과 모양이 다르다고 하며 잎이 배추잎 같이 생겼다고 하는 뜻을 보아 숭람류로 확인된다’는 내용이 있는 문헌(고부자 등, 1997. 전통염색공예. 문화재보호재단)을 감안할 때 1900년대 이후에도 대청이 재배되었음은 확실하다.
나주에서는 현재까지 숭람이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없다. 다만, 2008년경 저자가 나주 시내 음식점에서 쪽에 대해 조사하던 중 옆에 계셨던 70대 중반의 어르신이 “옛날 아버지가 나주 문평면에서 쪽을 재배하여 청색으로 염색했는데, 가을에 파종했고, 모양도 지금의 쪽과 달리 배추잎 같이 길고 넓적했다”는 설명을 하였다. 그분이 설명한 식물의 파종시기, 식물의 형태는 숭람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근대까지만 해도 나주에서 숭람이 재배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