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예비엔날레 도슨트 인터뷰
1. 원래 어떤 일을 했었는지
2. 도슨트를 지원하게 된 계기
3. 도슨트를 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힘들었던 점
4. 어떨 때 보람을 느끼는지
5. 기억에 남는 관람객이 있다면
장미경(봉명동, 54세)
1. 경력 단절이 오래된 주부였다. 학생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늘 주위에 그림이 있었다. 전 직장에서 10년간 사보를 발행하는 담당 기자로 활동 하면서 청주의 작가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1999년도에는 청주 한 갤러리에서 큐레이터 활동도 1년간 했었다.
2. 그림과 미술에는 늘 관심이 많았지만, 도슨트로 활동하게 된 건 2019년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인연이 생겨 올해는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
3. 도슨트는 작품을 확실히 이해하고 작가의 작업 의도를 잘 알아야 작품 설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전시 기획을 담당하는 큐레이터의 의도와 관람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도슨트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일정이 촉박해서 작품에 대한 공부를 많이못해 아쉬운 점이 남는다.
4. 원래 1시간 30분 동안 도슨팅을 마쳐야하는 스케줄이지만, 전시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와주신 분들이 한 작품이라도 더 알아가셨으면 하는 욕심에 2시간 30분 동안 도슨팅을 한 적이 있다. 이 작품도 좋고 저 작품도 좋아서 다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관람객에게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일은 아주 보람찬 것이라고 생각한다.
5. 며칠 전 도슨트로 활동하셨다는 분이 관람객으로 오셨는데, 설명이 너무 좋아서 유튜브 콘텐츠를 촬영하고 싶다고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설명을 들으신 분이 기다렸다가 음료를 주고 가신 적도 있었고, 다시 한 번 방문하게 되면 듣고 싶다고 이름을 외워가신 분들도 계셨다.
김미완(개신동, 54세)
1. 2017년부터 청주시립미술관에서 도슨트를 했었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2. 비엔날레와 인연을 맺게 된 건 2019년도부터이다. 이번에도 제의가 들어와서 하게 됐다.
3. 대면으로 자주 만나지 못하고 서로 문자로 정보를 주고 받았기 때문에 이해도가 조금 떨어졌다. 일정상 작품을 공부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해서, 아직 모르는 작가들과 작품들도 있을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에는 오디오 가이드가 잘 되어 있지만, 도슨트는 전시 자체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이라 생각한다.
작품 요약본은 프린트해서 늘 부적처럼 들고 다닌다. 도슨팅을 할 때 관람객 앞에서 펼쳐보지는 못하지만 혼자 있을 때 힘이 되는 존재이다.
4. 새로움을 도전하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크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알아가는 배움의 과정이 재밌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작품을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보람을 느낀다.
보통 도슨트는 큐레이터들이 요약한 내용을 받아 주제와 의도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준비를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전에 큐레이터에게 먼저 보여주는 자리가 있었는데, 의도가 벗어났다는 피드백을 받았었다. 그때는 ‘아! 내가 잘못 이해를 했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비로소 내 것이 되는 것에 대한 성취감을 느꼈다.
5. 엄마와 아들들이 같이 전시를 보러 오셨는데, 2019년도에 오셔서 내 설명을 들으셨다고, 목소리를 기억하시고 알아봐주셨다. 전시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남자아이들이다 보니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어머니께서 초등학생 3학년 아이를 업고 전시를 끝까지 관람하셔서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노선을 살짝 틀어 물야나 작가의 ‘심연 속으로’에 있는 고래 조형물에서 쉬어가는 시간을 드렸다.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학구열 높으신 어머님의 노력이 정말 인상 깊었다.
양수영(분평동, 31세)
1. 국문학을 전공하고 어학원에서 일하다가, 미술 분야로 대학원을 진학 준비 중이다.
2. 마침 지역에서 열리기도 하고 자주 봐왔던 국제 규모의 축제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최연소 도슨트로 활동하게 됐다. 이전에 작품 판매에 중점을 둔 도슨트 활동 경험이 있는데, 작품이 팔리게 되면 그 후에는 그 작품들에 대해 허무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40일간 비엔날레를 집중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 더욱 애착이 간다.
3. 작품 설명 전 작가에 대해 사전 조사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 작품에는 작가가 어떤 의도를 담아 만들었는지,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미술과 공예는 다르다보니, 공예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재료나 기법을 배우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유튜브 영상을 참고를 많이 했다. 또 같이 근무하게 된 도슨트 선생님들이 노하우를 많이 전수해주셔서 참고가 많이 됐다.
4. “혼자 관람했으면 몰랐던 것들을 해설을 통해 더 잘 알게 됐어요”
내가 관람객이었을 때 느꼈던 점을 그대로 나에게 말해주신 분들이 계셔서 뿌듯했다. 또 설명을 들으시고 나중에 재방문을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힘이 난다. 도슨트라는 직업을 자리 잡게 한 ‘정우철’, ‘김찬용’ 도슨트를 롤모델로 삼고싶다. 이들의 별명은 피리 부는 사나이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나도 ‘피리 부는 도슨트’로 관람객들을 끌어 모으고 싶은 작은 바람이 있다.
5. 개막한지 얼마 안되서 3남매를 데리고 오신 어머님이 계셨는데,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도슨팅을 요청하셨다. 성인을 대상으로 준비한 대사들이여서 순간 당황했지만 최대한 아이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그 친구들이 잘 따라 와줘서 고마웠고, 성인들과는 또 다른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감상평을 들을 수 있어서 또 다른 자극이 됐다.
정혜선(수곡동, 55세)
1.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2.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보러 다녔다. 그러다가 친구들에게 ‘작품 설명하는 거 잘할 것 같아!’ 라고 추천을 받아서 지원하게 됐다. 한국공예관 20주년 개관 전시에서 처음 도슨트를 시작했고, 비엔날레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3. 비엔날레의 규모가 워낙 크고, 참여 작가들이 많아서 작품을 숙지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마이크를 사용하는 것이 익숙치 않아서 초반에는 애를 먹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19로 인원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로 진행되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4. 작품을 소개하면서 미술이나 공예에 대한 안목이 넓어졌다. 이전에는 조형적으로 예쁘다고 생각했을 것들이었다면, 이제는 작가가 얼마만큼의 노력 끝에 작품이 나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다. 나의 설명을 통해 관람객들이 공예에 친밀함을 느끼고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5. 하루는 연세 드신 부부께서 방문해주셨다. 처음부터 끝까지, 뒤처지지 않고 경청해주셨다. 연세가 많으신데도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비엔날레를 찾아주셨다는 게 인상 깊었고, 설명을 다 마치니 즐거웠다며 박수까지 쳐주셨다. 서로의 교감이 보기 좋았다.
이성숙(용담동, 53세)
1. 주부였고, 남편의 일을 돕기도 하고 그랬다. 역사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 데리고 많이 다니면서 문화해설사에 대한 꿈이 있었는데... 지난해 한국공예관에서 도슨트 교육을 한다는 걸 알고 등록했다.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교육 받는동안 생소한 부분도 많았고 어려웠지만 평소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있다보니까 열심히 하게 됐다. 특히 도슨트 교육때 이번 비엔날레의 임미선 예술감독님이 특강을 오셨는데, 그분의 특강이 정말 강렬하고 인상적이었고 도슨트라는 일에 대해 매력을 더 느끼게 됐다.
2. 도슨트 교육을 마치고, 공예관에서 진행하는 충북의 젊은작가전과 충북의 작가 권신의 전시에서 실습할 기회가 주어졌고, 일주일 내내 도슨트 활동을 하겠다고 지원했었다. 그때 이후 이런 기회가 있기를 고대했는데, 실습에 참여한 교육수료자들에게 이번 비엔날레에서 활동하고 싶은지 권유가 와서 바로 하겠다고 지원했다.
3.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도 부족하다고 여겨져서 지금도 계속 공부를 하는 중이다.
특히 프랑스 초대국가관... 지금 이 순간도 이름이 가물거리는데...아! 아난다 아라군디 아누스... 라는 작가가 있는데 그 이름을 외우는 게 유달리 힘들었다. 지금도 입에 딱 붙지는 않는데, 그 분의 작품이 좋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이름이 어렵기도 하고 입에 붙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관람객에게 설명을 패스하기도 했었던 경험이 있다.
그 외 어려움은 체력적인 고단함인데.... 원래 도슨팅에 정해진 시간은 90분이지만, 워낙 작품도 많고 전시공간도 많다보니 최소 2시간, 길게는 2시간 30분씩 하기도 한다. 힘들긴 한데, 또 그렇게 설명해드리고 나서 관람객이 만족하시면 보람되고 뿌듯... 그래서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최대한 시간을 많이 할애하려 한다.
4. 도슨트 요청이 많은 것이 보람이다. 이번에 오디오 가이드가 잘 돼 있긴 하지만 기계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현장에서 듣는 게 더 실감나고 온기있어 좋다는 말씀에 보람이 느껴진다.
1부 노동 파트 전시를 보시고 이런 좋은 작품들로 전시를 해줘서 이런 걸 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하신 관람객이 계셨는데, 비엔날레 일원으로서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오늘(20일) 어머니와 딸이 함께 온 관람객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도슨트를 신청하셨고 따님은 반응이 좀.. 시큰둥했다.
그런데, 모든 설명을 마치고 나니 따님의 반응이 확 달라졌다. 전시를 정말 즐겁게 관람했고, 조만간 다시 또 오겠다는 약속까지 하셔서... 희열이 느껴졌다. 사실 추석명절에 도슨트 하느라 시댁도 못가고... 내가 원래 전 부치는 담당인데, 못 가는 상황이다보니 형님에게 전화 드려서 상황 설명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도슨팅 듣고 확 달라진 반응을 보여주신 관람객 덕분에 도슨트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5. 도슨트 해드렸던 모든 관람객이 다 기억에 남는 분들이긴 한데, 조금 전 말한 어머니와 따님 관람객도 기억에 남고 어제 4인 가족이 단독으로 도슨트를 신청하셨는데, 부모님과 장성한 자녀들인데 가족 분위기 자체도 화목해 보였지만 2시간 넘는 나의 도슨팅에 네 분 모두 내내 초집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거 같다.
-여담: 20대 남매를 자녀로 둔 이성숙 도슨트, 마침 이날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딸이 엄마의 도슨트가 궁금해 전시장을 방문했고, 어머니인 이성숙 도슨트는 가장 떨리고 긴장되는 전시 해설을 진행했다. 또 아들은 운영요원으로 비엔날레에 모자가 함께 출근하고 있다고... 계속 공부해서 기회 닿는 대로 도슨트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이성숙 도슨트님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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