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나주 문화 들춰보기: 나주 영산포와 대만 삼협 쪽 염색 유적지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8-25 09:51:56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나주의 쪽염색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나주 영산포이다. 


영산포는 구한말부터 1960년대 말까지도 매우 번성했던 포구 도시였다. 일제 강점기 때는 많은 일본인들이 들어와 정착했고, 조선인 노동자들 또한 먹고 살기 위해 영산포로 모여들었다. 


이처럼 영산포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민중들의 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도시이며, 한 자락에서는 쪽염료를 대량 생산하였다. 

 

쪽 염색 문화와 관련해서 영산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지금의 산정리 가마태 마을이다. 1940년대 말에는 그 규모가 줄어들었어도 15여 가구에서 쪽을 재배하여 니람을 만들고 판매했었다. 


이곳에서 쪽 염색이 발달한 것은 염색에 필요한 쪽 재배지였던 포전(圃田), 염료 추출과 잿물을 빼는데 필요한 물이 풍부했던 배경도 있었으나 무엇보다도 영산포시장 중앙통로와 연결되어 있어서 판매가 쉬운 점 때문이었다. 

 

가마태 마을에서 생산된 니람과 염색물은 가깝게는 영산포 시장에 오는 인접 시, 군 그리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서 전국으로 다니는 상인들이 구입해 갔으며, 육로와 해상 교통을 통해 전국 각지에 보급되었다. 나주시지(羅州市誌, 2006) 영산포 영산동 소개 편에서는 “1940년대 쪽물을 부업으로 하여 도로가에는 큰 항아리가 늘어서 있었고, 고창, 순창 상인들이 직접 사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가마태 마을에는 지금도 1940년대 쪽물을 발효시키고, 염색했던 가옥과 항아리들이 상당수 남아 있다. 그 당시 쪽을 추출하기 위한 항아리 200여개가 가마태 마을 남댕이 모퉁이 길가 및 공터를 가득 메웠던 풍경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도 어르신들의 기억에 있고, 쪽염색을 했던 가옥과 장소가 남아 있으나 기념표식이나 이를 소개한 그림 한 장이 없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산포는 쪽염색과 관련이 없는 곳으로 알고 있다.

 

한편, 전 호의 기고문에서 소개한 대만 삼협(三峽, 싼샤)은 나주 영산포처럼 강을 끼고 있으면서 과거에 교통의 중심지로서 상권이 발달했으며, 쪽 염료의 제조와 유통의 일번지로 유명했다. 그런데 삼협의 쪽 염색 문화 또한 영산포와 마찬가지로 잊혀져 갔다. 지역 주민들은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1994년에 문화단체를 조직했고, 1996년에 삼협의 옛 이름인 삼각용(三角湧)을 차용한 삼각용문화협진회(三角湧文化協進會)로 개편했다.

 

삼각용문화협진회는 과거의 쪽 문화 발굴, 보존, 쪽 염색의 보급에 앞서고 있는 것과 함께 쪽 염색 문화의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대만 정부, 신북시(新北市), 삼협구(三峽區)는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한 노력에 의해 우선 거리의 가게 건물의 상호 위쪽에는 과거의 상호를 붙여 놓았다. 옛날에 잘 팔리던 것과 오늘날에 잘 팔리는 물건들이 달라 옛날과 현재의 상호가 같은 것은 없다. 아래 쪽 상호에는 쪽이나 염색과 관련된 상호는 하나도 없지만 건물 위쪽에는 염색집이라는 상호가 붙어 있는 곳이 상당히 많다. 외부 관광객들과 지역의 젊은 층들은 이 간판을 통해 과거의 풍경을 상상할 수 있고, 쪽 염료와 쪽 염색물을 판매했던 곳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삼협의 옛 거리를 조금 벗어난 인애가(仁愛街)의 언덕에 조성된 쪽 염색공원(藍染公園) 공원에는 과거 염색에 이용되었던 시설을 복원해 놓았다. 길가에는 대형 염색통과 염색 천이 설치되어 있고, 바로 옆에는 과거의 염색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설과 그림 자료 등이 설치되어 있다. 

 

쪽 염색과 관련된 유적지에 대해 표식을 해두고, 관련 시설을 설치해 놓음으로써 삼협의 거리는 현재와 옛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관광지가 되어 있다(사진). 또한 삼협(三峽) 사람들과 함께 삼협의 거리를 함께 걸으면 삼협 사람들은 각각의 유적지에 표시되어 있는 상호나 그림에 대해 안내와 해설을 해 주는 문화해설사가 되어 삼협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삼협은 지역민들이 앞장서서 쪽 문화유산과 유적지를 이야기 창고로 만들었고, 상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참고문헌

허북구. 2011. 근대 나주의 쪽 문화와 쪽물염색. 퍼브플랜.

허북구. 2013. 대만 타이완의 쪽 문화와 산업. 세오와 이재.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0872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보성군, 보성의 소리를 세계의 소리로! 제26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 시상
  •  기사 이미지 오늘은 우리들 세상
  •  기사 이미지 보성군·하동군 100년 이상된 고차수 식재 ‘다원결의’
한국언론사협회 메인 왼쪽 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