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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문화 들춰보기: 왕골 유래지 나주와 나주 화문석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8-02 08: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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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나주는 한때 돗자리 명산지였다. 나주에서 돗자리 생산이 성행했던 1972년에는 한 해 동안 생산된 돗자리만 해도 1백 만장으로 국내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 최대 돗자리 생산지였다.

 

나주와 돗자리의 인연은 고려 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사’권88, ‘열전’1 ‘후비1’ 장화왕후 오씨」에 의하면 “태조(太祖, 877~943)가 수군장군(水軍將軍)으로 나주에 출진하여 배를 정박시키고 시냇물 위를 바라보니 오색구름이 서려 있었다. 


그곳으로 가 보니 왕후가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태조가 그녀를 불러 잠자리를 같이하였다(왕후가 빨래를 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사진에서와 같이 완사천으로 기념하고 있다). 

 

그러나 (태조는) 왕후의 가문이 미천한 탓에 임신시키지 않으려고 돗자리에 사정하였는데, 왕후가 즉시 이를 자신의 몸에 집어넣어 마침내 임신하고 아들을 낳으니 그가 바로 혜종(惠宗, 912~945)이다. 혜종은 얼굴에 돗자리 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세상 사람들은 혜종을 ‘주름살 임금’이라 불렀다.” 

 

고려사 「장화왕후 오씨」에 「돗자리」가 나오는데, 이 기록으로부터 나주에서 나는 돗자리(草席)가 왕의 얼굴에 골을 지게 했다고 해서 '왕골(王骨) 돗자리'라 하게 되었다는 설화가 있다.

 

나주의 돗자리는 조선왕조실록 「성종 25년 갑인(1494)9월 13일(무술)」에도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김자원(金子猿)은 석장(席匠)의 아들로서 지위가 당상(堂上)에 이르렀는데, 일가붙이를 돌보지 않고 여러모로 경영하고 구하여 그 나주성(羅州城) 안팎의 집은 모두 본주(本州)에서 지었습니다.”라는 대목이 있다.

 

김자원(金子猿)은 연산군 때 내시로 왕명 출납을 맡은 승전색(承傳色)이었다. 왕의 개인 비서실장으로 폭군의 최측근이었다. '연산군이 사치와 방탕만을 일삼는 동안 국가 정사는 오로지 내시 김자원에게 맡겨져 있었다.'(국사편찬위, 한국사, '중종반정과 기묘사화').

 

내시로 권세를 누렸던 김자원은 나주 석장(席匠)의 아들로 태어났다. 석장은 돗자리를 짜는 장인(匠人)으로 ‘경국대전’에 의하면 당시 지방관청에 속해 있는 석장(자리를 제조하는 사람)이 충청도와 전라도에 각각 58명, 경상도에 271명 모두 387명이었다고 한다. 김자원이 나주에 사는 석장의 아들이었으므로 조선 시대에 나주에는 돗자리를 짜는 석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돗자리는 왕골이나 골풀의 줄기를 재료로 하여 만든 자리이다. 왕골(Cyperus exaltatus)은 습지의 1, 2년생 식물로 2m 정도까지 자란다. 왕골이 다 자라면 꽃문양자리(화문석) 등 자리와 공예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며, 조선 시대에 나주는 왕골의 주요 생산지 중의 한 곳이었다. ‘삼국사기’에는 왕실에 필요한 자리나 공예품을 만드는 전담 기구가 기록되어 있을 만큼 이용역사는 오래되었다. 왕골은 완초(莞草)라고 불리며, 왕골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을 완초장(莞草匠)이라고 부르는데, 국가무형문화재 제103호로 지정되어 있다.

 

나주는 고려 혜종의 탄생 설화에서와 같이 왕골돗자리의 유래 근원지이다. 일제 강점기와 1960년대 말에는 골풀(藺草)을 재료로 한 돗자리의 전국 최대 산지로서 명성이 드높았다. 나주에서 생산된 자리는 꽃, 용, 수북강녕 등 10여 종의 문양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꽃문양의 자리인 꽃자리 즉, 화문석(花紋席)이 대표적이었다. 나주의 화문석은 이처럼 왕골돗자리의 유래와 함께 나주의 소중한 역사문화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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