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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계의 에르메스, 루비로망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7-20 08: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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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지난 7월 16일 오전 6시부터 일본 가나자와시 중앙 도매시장에서는 올해 생산된 포도의 첫 경매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것은 포도가 약 30개가 달린 것으로 무게 900g인 ‘루비로망’ 포도송이가 140만엔(한화로 약 1,460만원)에 낙찰되었다. 


이 가격은 2008년 루비로망 포도가 출하된 이후 가장 비싼 가격이었다. 낙찰된 루비 로망 포도의 구입자는 대만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가나가와현의 회사로 17일 나리타 공항에서 대만으로 수송되었다.

 

포도 1개당 48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루비로망 포도(Ruby Roman grape)는 일본 이시카와현(石川県) 농업총합연구센터 사구지농업시험장(農業総合研究センター砂丘地農業試験場)에서 육성한 품종이다. 


포도 1개당 크기는 거봉의 2배 정도(직경 3.1cm 이상)이고, 특히 신맛이 적고 당도는 거봉 수준(18Brix%) 이상)이나 뒷맛이 시원스럽고, 과즙이 매우 풍부해 입 안 가득 퍼지는 상쾌한 단맛이 특징이다. 


색깔은 붉은색인데, 대부분의 빨간색 포도 품종은 여름의 강한 햇볕과 더위에 색상의 내성이 약하나 루비로망은 강한 편이다. 

 

루비로망의 육성은 이시카와현 농업총합연구센터에서 1995년에 자연교잡된 포도 후지미노리(藤稔, ふじみのり) 품종의 씨앗 400개를 파종한 데서 시작되었다. 파종한 포도는 발아가 되었고, 1997년부터 착과가 되었는데 400개의 나무 중 4개의 나무에서 붉은색의 열매가 착과되었다. 400개의 나무 중에서 맛, 색상, 포도 크기 등 품질, 재배의 용이성을 충실히 조사하여 선택된 것이‘루비로망’이다.

 

이시카와현 농업총합연구센터에서는 2005년 3월에 일본 농림수산성에 ‘루비로망’ 품종 등록을 신청하여 2007년에 등록을 완료했다. 2008년 8월에는 루비 로망이 가나자와 시장에 출하되어 첫 경매에서 1송이당 약10만엔(한화로 약 105만원)에 낙찰되었다.

 

이시카와현에서는 현 차원에서 루비로망의 품질 유지와 유출 방지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에 출하되는 루비로망의 상자에는 각각의 생산자가 책임과 자신감을 갖고 출하하고 있다는 증거로 산지 이름, 생산자 이름이 기입된 생산자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집하장에 모인 루비로망은 JA 검사원이 엄격한 품질 검사를 하며, 통과된 것에만 인증 스티커와 검사원 이름이 찍힌 인증 태그가 부착된다. 특히 품질이 뛰어난 것은 루비 로망 최고의 증거로 ‘PREMIUM’의 표기가 된다.

 

루비로망의 육성자권(지적 재산권)을 가진 이시카와현에서는 종묘의 유출을 경계하고 있다. 묘목의 유출을 막기 위해 생산자에게 루비로망의 묘목을 분양할 때는 서약서를 주고, 타인에게 전달 금지 및 재배를 그만둘 때는 모종의 반환 또는 소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의 언론과 농업계에서는 샤인머스캣 등 일본에서 육성한 많은 우수 품종들이 한국과 중국 등지에 도둑맞았다며(무단 유출) 수시로 비판하고 있으며, 관련 기사가 언론에 자주 오르고 있다. 자존심도 상하는 일지만 한국산 농산물의 국제적인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일이다. 농민들이 루비로망과 같은 우수한 품종을 부러워하지 않도록 우리나라에서도 우수 품종의 육성되고 보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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