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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주 문화 들춰보기: 나주 홍갓 꽃밥과 샐러드 -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6-03 09: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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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봄의 끝자락을 알리듯 유채꽃이 씨앗을 맺고 있다. 유채꽃과 함께 봄을 노랗게 채색했던 나주 홍갓 또한 꽃이 피었던 자리에 씨앗이 들어서고 있다. 


꽃을 피워 봄을 알리고, 씨앗이 맺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렸으나 나주 홍갓 꽃은 주목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봄을 떠났다.

 

나주 홍갓은 이처럼 알게 모르게 지나치고 있으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주에서 홍갓은 특별한 존재이다. 나주에서 홍갓은 영산강과 함께 해 왔다. 


과거에 나주를 관통하는 영산강변에는 수많은 홍갓이 야생했었다. 나주 사람들은 가을철이면 그것을 뜯어다가 김치를 담갔다. 봄이면 다시 자란 홍갓으로 김치를 담가 두었다가 여름에 먹었다. 그렇게 수확해도 남아 있는 홍갓들은 노랑꽃을 수없이 피어 내며 영산강을 노랗게 물들였다.

 

나주에서는 홍갓은 영산강변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야생화된 것을 쉽게 채취할 수 있었기에 김치의 주역과 조역으로 이용되었다. 나주 홍갓의 맛 또한 나주 사람들과 떼어 놓을 수 없다. 톡 쏘는 맛과 코를 얼얼하게 만드는 홍갓은 나주 홍어처럼 나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나주 홍갓 김치 중에서 특히 나주 밀양 박씨 청재공파 청재 종가에서 전해지는 홍갓김치는 명성이 드높다.

 

나주에서 홍갓은 이렇게 나주 사람들과 함께 해 오면서 식재료와 봄꽃으로 사랑받아 왔으나 꽃과 씨앗의 이용법은 그다지 개발되지 않았다. 갓 씨앗은 매운맛을 지닌 알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allyl isothiocyanate)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조미적 가치가 높은 겨자인데도 사용되지 않았다.

 

홍갓 씨앗은 수확과 가공을 해야 하는 데 비해 꽃은 그 자체를 식용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음에도 이용되지 않았다. 최근 다양한 식용 꽃들이 요리의 주역이나 조역으로 이용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도 나주 홍갓은 재료가 흔한 지역인 나주에서조차 이용이 되지 않고 있다.

 

안타까움에 활용법을 모색하기 위해 홍갓을 이용한 샐러드와 꽃밥을 만들었다. 샐러드는 꽃이 많이 부착되어 있는 꽃대 부위를 잘라서 이용했다. 맛은 배추꽃이나 유채꽃의 순한 맛과는 달리 톡 쏘는 맛이었다. 이 맛은 알릴이소티오시아네이트에서 유래된 것으로 사람들에 따라 기호가 엇갈리나 항염, 항균, 항암 작용과 함께 위염, 장염, 위암 등을 예방하고, 봄철 입맛을 돋우게 하는 역할을 하므로 누구에게나 좋다는 장점이 있다.

 

꽃밥은 비빔밥으로 먹기 위해 밥 위에 생선살, 양념, 봄나물 몇 가지를 놓고, 나주 홍갓꽃으로 장식했다. 밥을 먹기도 전에 꽃으로 수놓은 봄이 식탁으로 찾아온 듯했고, 눈과 마음을 즐겁게 했다. 홍갓 꽃을 올린 비빔밥은 약간 쏘는 맛이 있었으나 그것 자체가 봄을 맛으로 느끼게 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홍갓 꽃밥과 샐러드를 맛보니 봄을 혼자만 제대로 즐긴 것 같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권했다. 홍갓 꽃밥을 만들어 먹었던 사람들 또한 사진으로 자랑하면서 나주의 봄을 제대로 느껴보았다는 대답이었다. 더러는 톡 쏘는 맛을 지닌 홍갓 꽃밥을 영산포 홍어 축제나 봄철 이벤트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나주 식당에서 봄철의 특별 메뉴로 활용해도 좋겠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나주 홍갓 꽃밥과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던 사람들의 여러 의견과 바람이 현실화되기 전에 홍갓 꽃은 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지나간 이야기가 됐지만 다가오는 여름이 지나면 가을과 겨울이 오고, 이어서 다시 나주 홍갓 꽃이 피는 봄이 온다.

 

돌아오는 봄에는 나주 홍갓 꽃밥과 샐러드를 나주의 문화로 만들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나주 경관작물로서 홍갓의 이용, 씨앗을 활용한 겨자 가공, 다양한 홍갓 김치류의 개발 등 홍갓을 테마로 한 소득 작물화와 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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