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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 제주 학생, 한림여중에서 현대사 아픔 공유 “평화·인권 실현” 다짐 - “그날의 아픔 기억하며, 미래 희망으로 가꾸어나가자”
  • 기사등록 2021-04-03 08: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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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유길남 기자]“제주 4·3항쟁 진압을 거부한 여수의 군부대 이름이 뭘까요?”

 

제주 한림여중 학생들이 미리 준비한 쪽지를 통해 질문을 던지자, 순천 팔마중학교 2학년 문석형 학생은 “14연대”라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문석형 학생은 “14연대 군인들이야말로 진정한 군인이다.”면서 “어떻게 우리 민족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있겠는가. 정말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석형 학생을 비롯한 순천팔마중 학생 4명과 여수 안산중학교 학생 4명은 제주4·3항쟁 73주년을 하루 앞둔 4월 2일(금) 제주시 한림여자중학교에서 평화·인권 공동수업을 진행했다. 

 

이날 공동수업은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장석웅)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이 지난 3월 맺은 ‘평화·인권교육 활성화를 위한 협약’에 따른 것으로 제주4·3과 여순10·19를 매개로 평화·인권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림여중 도서관에서 여수·순천 지역 학생 8명과 제주한림여중 학생 12명이 함께 수업을 받았다. 한림여중 이현주 교사의 능숙한 지도 아래, 두 학교 학생들은 5명 씩 4개 조로 나눠 토론식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 현장은 한림여중 2학년 3개 학급 교실에서도 ZOOM을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으로 공유됐다.

 

수업의 주제는 ‘제주4·3을 이해하는 한림여중생의 여순10·19 바라보기’로 일명 ‘여순10·19 복면가왕 프로젝트’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림여중 학생들은 여순10·19와 제주4·3에 대한 생각을 담은 가면을 만들어 수업 재료로 활용했다. 한림여중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가면 속 ‘4·3 – 10·19’ 이야기를 전남 학생들에게 진지하게 설명해줬다.

 

“뿌리가 하나인 나무의 두 줄기를 제주4·3과 여순10·19로 표현했어요. 뿌리를 하나로 둔 두 가지가 서로 손을 맞잡고, 결국에는 하나로 합쳐져 꽃 바다를 이루는 모습을 형상화했답니다.”

 

한 학생은 ‘기억나무’라는 가면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소개했다. 이 학생은 떨어진 꽃잎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이 흘린 피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그날의 아픔’이라는 가면을 통해 제주4·3진압을 거부한 14연대 군인들의 생각을 담아냈고, 73년 전 아픔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림여중 친구들이 정성 들여 준비한 가면에 대한 설명을 들은 여수·순천 지역 학생들의 눈빛은 기억과 연대, 공유의 의지로 빛났다. 

 

순천팔마중 한소리 학생은 “기억나무라는 가면이 인상 깊었다.”면서 “동백나무 가지를 두 개로 나눠 제주4·3과 여순10·19를 표현해낸 아이디어가 좋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나무 한 그루를 통해 둘이 하나로 모아지는 메시지에 힘이 있었으며, 바탕색을 분홍으로 칠한 것은 ‘희망’의 의미를 담아낸 것으로 해석돼 더욱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안산중 정윤수 학생은 “한림여중 친구들이 제주4·3과 여순10·19에 대해 정말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무엇보다 자기들이 알고 있는 내용을 가면 속에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1교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제주4·3희생자 유족이면서 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인 강춘희 할머니로부터 제주4·3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아픈 역사를 되새겼다. 강 할머니는 “73년을 기다린 4·3이다. 그러나 4·3은 아직 그 정확한 이름을 찾지 못했다.”면서 “오직 서로 용서하고 참고 기다리는 것이 평화를 이루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공동수업 후 점심시간을 이용, 4·3급식 체험을 하며 또 한 번 제주4·3의 의미와 정신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4·3급식이란 북촌리 4·3학살을 그린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 속 음식을 메뉴로 개발해 함께 먹으며 그날의 아픔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전남 학생들과 한림여중 학생들은 차조좁쌀 주먹밥, 배추된장국, 고구마, 파래무침, 미숫가루 등 4·3음식을 함께 먹으며 공동체 정신을 나눴다.

 

전남교육감청 평화·인권교육 교류단은 이날 오후에는 제주시 대정읍 섯알오름 학살터, 알뜨르 비행장 등 4·3을 전후해 발생한 또다른 현대사 유적지를 답사하며, 평화·인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혔다. 


섯알오름 학살터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전국 형무소에 수감된 4·3 관련자와 요시찰자 등 250여 명을 ‘예비검속’이란 미명 하에 섯알오름 기슭 탄약고 터에서 집단학살 암매장한 비극의 현장이다.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 강점기, 일본이 중국 대륙을 공격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건설한 곳으로, 지금도 당시 일제의 야욕이 담긴 격납고, 지하벙커, 동굴진지 등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남 학생과 교사들은 이곳에서 “제주에 4·3 말고도 비극의 현장이 더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면서 “이처럼 슬프고 아픈 역사를 거울삼아 제주에 평화·인권의 정신을 더욱 높이 피워 올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장석웅 교육감은 “이번 답사를 통해 제주가 비록 많은 슬픔을 간직하고 있지만, 지역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아픈 역사를 서서히 치유해가고 있음을 느낀다.”면서 “여순10.19도 제주4·3의 길을 따라 진실을 규명하고 명예가 회복되도록 모두가 힘과 지헤를 모아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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