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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감나무의 원인과 감나무 재배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3-19 0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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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감나무(Diospyros kaki)가 부분적으로 검게 된 것을 먹감나무라고 한다. 먹감나무는 감나무 종류 중에서 별도의 품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감나무 중에서 어떤 이유로 먹물이 든 것처럼 된 것이다.

 

먹감나무는 성장이 느리고, 재질이 단단하며, 검은색 무늬가 있다. 조직의 밀도가 높고, 단단하여 가공성이 떨어진다. 검게 물든 부분과 물들지 않은 부분의 수축률이 달라 건조 중에 깨지거나 틀어지기도 하므로 수년 동안 조심스럽게 자연건조를 해야 한다. 감나무의 자른 부위에 검은 문양이 나와 있어도 막상 잘라 보면 재료로 사용할 수 없거나 가장 좋은 문양이 있는 곳이 썩어 있기도 해서 귀한 존재이다.

 

먹감나무 목재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 고급 건축재나 가구재로 이용되는데, 희귀하고, 가공이 힘들며, 재질이 단단하고 문양이 아름다워 귀하게 여겨 왔다. 귀한 목재로 이용됨에 따라 관련 연구도 다소 있으나 그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먹감나무가 만들어진 원인에 대해서 그동안 ➀ 나무에 함유된 폴리페놀 성분이 산소, 빛 등의 작용으로 산화 중합하여 흑색화된 것이다. ➁ 곤충 등에 의해 나무 체내로 옮겨진 미생물이 효소를 분비해서 폴리페놀 성분을 중합시켜서 일어난 현상이다. 라는 대표적인 주장이 있다.

 

감나무에 들어 있는 주요 폴리페놀 성분은 타닌이다. 타닌은 알칼리 조건에서 쉽게 산화되므로 pH가 약알칼리성이면 변색이 쉬워진다. 타닌은 중금속과 킬레이트를 형성하고 착색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 중금속의 존재하에서 타닌은 쉽게 산화되어 흑색으로 된다. 감물염색에서는 이 원리를 이용해서 감물로 천을 염색한 다음 알칼리액으로 발색을 시키거나 철매염제를 이용해서 흑색으로 만든다. 

 

감나무에서도 토양 중의 철분이 도관을 통해 나무 체내에 흡수된 다음 그것이 나무에 있는 타닌과 킬레이트를 형성하고, 철분에 의해 산화되고 중합되어 흑색 무늬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Tazaki 등(Earth Science vol. 71, 97-113. 2017)의 연구에 의하면 감나무 가지가 부러진 곳, 상처 부위 및 벌채 후 단면은 쉽게 산화되어 검은색으로 되었고, 흑색 부분에는 철(Fe)을 비롯해 K, Ca, Mg, S, Al, Fe, P, Mn, B, Ba가 정상적인 부분에 비해 몇 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먹감나무가 생산된 곳의 토양 성분을 분석했더니 철분이 특별하게 많지 않았고, 오히려 다른 곳보다 Ca, P, S 등이 우세해 위의 첫 번째 ‘산화 중합’ 이론은 맞지 않다고 했다. 

 

미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석탄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석탄의 생성 초기에는 박테리아나 균류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생물은 당류, 아미노산, 휘발성 물질을 조기에 파괴하고 더 안정적인 폴리머(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 리그닌, 왁스 레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주로 곰팡이가 호기성 조건에서 작용하고, 그다음에는 주로 박테리아가 혐기성 조건에서 작용한다.

 

Tazaki 등(Earth Science vol. 71, 97-113. 2017)은 이와 관련해서 먹감나무의 뿌리 가운데에 대량의 미생물과 함께 생체(生体) 인회석((燐灰石)이 형성되어있었다며, 검은색의 문양이 만들어지는 초기는 미생물이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먹감나무가 고급 목재로 사용됨에 따라 위의 내용 외에 여러 주장과 많은 연구가 있으나 현재까지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 원인이 밝혀진다고 해도 먹감나무가 느리게 생장하고, 검은 문양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경제성은 높지 못할 것이다. 

 

반면에 감나무속에는 흑단나무(Diospyros ebenum)처럼 종류 자체가 검은 목재이거나 검은 문양이 만들어지는 종류들이 있다. 감의 생산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전남에서도 감이 아니라 목재 생산을 목적으로 우수한 종류들을 세계 각지에서 수집 활용하거나 국내 실정에 맞게 육성해서 생산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감나무의 육성과 재배 목적에서도 사고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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