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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과 멧돼지 퇴치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1-02-16 08: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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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멧돼지의 횡포가 끝이 없다. 애써 지은 농작물을 하룻밤 사이에 망치는 것은 예사이고, 조상의 묘까지 파헤치는 소행을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있다. 멧돼지의 악행이 끝이 없자 묘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묘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해 놓은 곳도 보일 정도이다.

 

시골에서 골칫거리가 된 멧돼지는 잡식성 동물이다. 후각이 뛰어나며, 주로 식물의 뿌리와 고구마류 등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것을 먹기 위해 땅을 파는 습성이 있다. 계절에 따라 지렁이와 애벌레 등을 먹기 위해 땅을 파고 돌 등을 굴리기도 한다.

 

멧돼지가 주둥이로 땅을 파는 힘은 대단하다. 멧돼지는 코로 60-70kg의 물체를 들어 올리는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힘이 강력하므로 잡초 방제용 시트를 깔아 놓아도 그것을 찢어 버리고, 그 아래에 있는 식물의 뿌리나 지렁이를 먹는 일도 다반사이다.

 

멧돼지의 피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멧돼지의 횡포가 문제시되었다. 일본에서는 멧돼지뿐만 아니라 곰, 원숭이의 피해도 많아 야생동물로부터 사람과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가 일찍 시작되었고, 많은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멧돼지 퇴치와 관련된 연구는 적지 않은데, 그중 하나가 꽃무릇의 식재이다. 꽃무릇은 석산(石蒜)으로도 불리며, 수선화과 식물로 붉은색의 꽃이 피며, 구근(球根)을 비롯해 식물체에는  리코린(lycorine)과 갈라타민(galanthamine)이라는 독성물질이 있다. 

 

일본에서는 꽃무릇의 이 독성물질이 멧돼지 퇴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실험을 했다. 일본 사가현 농업기술센터에서는 1990년에 실시한 “야생동물의 겨울철 먹이 가치를 줄이는 휴반(畦畔) · 법면(法面) 관리 기술”이라는 연구가 그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5개 지역에 꽃무릇을 식재한 곳과 식재하지 않는 곳에 대한 멧돼지의 피해 정도를 비교한 결과 꽃무릇을 심어 놓은 곳은 모두 멧돼지가 파헤치지 않았다. 반면에 꽃무릇을 심지 않은 곳에서 멧돼지가 땅을 파헤친 비율은 39%로 조금 낮은 곳 한군데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은 81-100%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밭둑이나 묘지 주변 등 작물을 심지 않아도 보호 필요성이 큰 곳에 꽃무릇을 식재하면 멧돼지의 피해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꽃무릇을 식재하는 것만으로는 멧돼지의 물리적 진입을 막기는 어려우나 멧돼지 진입을 막기 위한 울타리 아래, 묘지 등지에 꽃무릇을 심어 놓으면 관상 효과와 함께 멧돼지가 파헤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0. 영광군과 함평군의 꽃무릇, 고부가 가치 용도 개발해야. 전남인터넷신문 9월 19일 칼럼.

허북구. 2020. 독성식물 위도상사화로 만드는 못무리대 나물과 전남의 꽃무릇. 전남인터넷신문 9월 5일 칼럼.

허북구. 2020. 상사화 비빔밥, 영광 특산 음식으로. 전남인터넷신문 5월 12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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