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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주 둘러보기: 차와 불도가 있는 곳, 불회사 -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연구사업팀장 김대국
  • 기사등록 2021-01-09 0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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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불회사 : 한국관광공사 캡처

나주에는 다도면(茶道面)이라는 곳이 있다. 다도는 찻잎 따기에서 달여 마시기까지 다사로써 몸과 마음을 수련하여 덕을 쌓는 행위이므로 차와 관련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하기 쉽다. 그러한 생각을 지지하듯 다도면의 유래는 차와 관련이 있다. 다도면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다소(茶所)면과 도천(道川)면을 합하여 다소(茶所)의 다(茶)와 도천(道川)의 도(道)를 떼어내 합한 것이다.

 

다소(茶所)면에서 소所는 소금을 생산하는 염소(鹽所), 자기를 생산하는 자기소(瓷器所)와 같이 서민집단이 거주하는 특수 행정구역으로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 초기까지 있었던 지방제도이며, 차 주산지에는 다소(茶所)를 설치하였다. 다소는 주로 전남 지역에 많았는데, 다소가 있었던 곳은 대부분 인근에 사찰이 있었다. 나주 불회사(佛會寺)가 있는 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야생 차나무가 차향을 그윽하게 뿜어내고 있다.

 

차나무 많은 덕룡산 기슭에 있는 불회사는 마라난타가 영광에는 첫 번째인 갑(甲)을 써서 불갑사라를 절 이름을 지었고 나주에는 회(會)를 써서 불회사라는 이름을 지었다는 설이 있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불호사로 기록되어 있다. 창건 때는 불호사였다가 1808년경에 불회사로 바뀐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회사의 창건은 384년(침류왕 1)에 인도승 마라난타라는 설과 367년(근초고왕 22) 희연이라는 설이 있다. 누가 창건했던 간에 1600년이 넘은 사찰이며, 수차례에 걸쳐 불이 나 건물이 타버렸지만 그때마다 계속해서 중창이 이어졌다.

 

불회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사찰로 향하면 두 개의 석장승을 만나게 된다. 종교적인 경건함과 우직함보다는 오히려 정겹고 반가운 얼굴이다. 근처의 운흥사 석장승과 비슷한 모습이며, 남장승과 여장승이 양쪽에 있다.

 

불회사는 힐링을 위해 찾는 사람들도 많다. 사찰 주변에는 300년이 넘은 비자나무 숲이 울창하며, 울창한 숲과 야생화, 산새, 계곡을 흐르는 물, 오솔길이 어울려지면서 저절로 힐링이 되게 한다.

 

계곡의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이내 사천왕문이 나타난다. 문을 들어서면 샘물이 솟는 비로천을 알리는 글이 돌에 새겨져 있으며, 흑조수인 고목이 보인다. 불회사의 흑조수는 잣나무인데 ‘검은 새가 날아와 이 잣나무 가지에 앉아 지저귀면 스님이 나가 그 검은 새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해서 흑조수라고 한다. 2000년에 낙뢰로 두 그루 중 한그루가 죽은 후 나머지 한 그루마저 죽고 2006년에 다시 잣나무 두 그루를 그 자리에 심어 놓은 뒤 고사한 나무를 이곳에 안치하였다고 한다.

 

불회사의 하이라이트는 대웅전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덕룡산이 대웅전을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불회사 대웅전은 앞면 3칸, 옆면 3칸에 팔작지붕이다. 그 안에는 비로자나불과 드물게 종이로 만든 석가모니불 등 삼존불이 봉안되어 있다. 명부전은 1402년에 건립하였으며, 200여 년 전에 중수하였다. 칠성각에는 칠성탱화, 산신탱화와 원진국사의 영정이 있다. 이 외에 당간지주 2기와 원진국사 부도가 있다.

 

불회사가 있는 덕룡산 기슭에는 미륵사와 운흥사가 있으며, 인근의 화순군 도암면 천불산에는 운주사가 있다. 다도면의 지명에 나타나 있듯 이곳이 도((道)를 수행하기 좋은 불도(佛道)의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

 

불회사에서 운주사까지는 자동차로 10여분이 채 걸리지 않으며, 그 사이에 중장터가 있다. 중장터는 승려들이 장을 벌이고 물물교환을 하던 곳이다. 고려 후기와 조선 중기까지 ‘중장’은 영남의 상주와 호남의 나주, 두 군데에 있었다. 나주에 있었던 중장이 현재의 중장터로 옮겨진 것은 스님과 불자들이(佛) 모이는(會) 불회사(佛會寺)의 위용과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 불회사

위치 : 나주시 다도면

안내 : 연중 무료 관람 / 사찰내 일부 제한 관람

정보 : 불회사 대웅전 보물 제1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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