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와 운흥사에 있으면 산에 있다는 기분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이다. 봉황면에 있는 미륵사는 수많은 계단이 먼저 반긴다. 호흡이 조금 가빠지려고 할 때쯤 미소 있는 불상과 함께 오른쪽 한 켠에 물 한 모금의 배려가 기다리고 있어 숨을 돌리게 한다.
소박한 법당과 주변의 텃밭, 그리고 사찰에 어우러진 꽃밭이 정겨움을 더 느끼게 한다. 필자가 가는 날에는 스님과 두 명의 신자가 구슬땀을 흘리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제법 큰 필자의 카메라가 기도에 방해가 될까 노심초사했지만, 기도를 드린 분들은 나의 인기척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고, 오직 모든 신경이 부처님에게 있어 보였다. 조금 더 올라가 대웅전 뒤로 미륵사의 하이라이트인 칠불석상과 석불입상이 눈높이에 다가왔다.
제법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소나무 옆으로 그래 이 자리다! 라고 생각할 만큼 조용히 그리고 우뚝하게 자리 잡고 있다. 먼저 예를 갖춰 인사를 드리고 석상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카메라에 담고 몸을 돌릴 때 보이는 나주의 풍경은 바람과 함께 마음까지 시원했다. 구슬땀을 흘린 신자에게 한번 권해 드리고 싶은 조용하고 시원한 바람이었다.
운흥사 가는 길 오른쪽에는 여장승, 왼쪽에는 남장승이 있다. 여장승은 남장승과 견주어도 될 만큼 강한 인상이며, 남장승은 여장승보다 조금은 온화하고 인자한 노인 특유의 인상을 지니고 있다. 특히 여장승인 하원당장군의 뒷면에는 강희 58년(1719)이라는 명문이 있어 만들어진 시기를 꽤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차를 타고 올라가면 운흥사가 나온다. 대웅전으로 가는 길에는 버섯을 키우는지 통나무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대웅전에는 금동여래입상이 있다. 운흥사는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고려 시대 두 번에 걸쳐 중창되었고 이름이 몇 번 바뀌어 18세기 후반에 다시 운흥사로 개칭되었다고 전해진다. 15세기와 16세기 두 차례의 화재로 고초를 겪었으며, 한국전쟁 때 모든 전각이 불탔다가 이후 복원되어 현재 모습을 띠고 있다.
두 개의 사찰은 조계종이라는 같은 종파를 가지나 서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흔히 사찰에 가는 운치보다는 법당과 불상에 더 관심이 가는 사찰이다. 같은 산에 자리 잡은 불회사에 비해 인적은 적으나 두 사찰에도 문화재가 있을 만큼 유서가 깊은 곳이다. 두 사찰 모두 구석구석 스님들의 자취가 가득하며, 일상에서 지친 분들에게 여유로움을 선물해 주는 공간이다.
■ 미륵사와 운흥사
위치 : 나주시 봉황면(미륵사), 다도면(운흥사)
안내 : 연중 무료 자유 관람
정보 : 미륵사 보물 461호, 46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