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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쪽, 서울 청년들이 고체 샴푸로 만들었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2-28 09: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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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피부에 희끗희끗하게 반점이 생긴 것을 으리라고 했는데, 1955년경에 남편도 으리가 생겼어요. 그런데 으리에는 쪽으로 염색한 헝겊을 이용하면 낫는다고 해서 쪽으로 염색한 명베(무명천)를 지금의 파스처럼 직사각형으로 잘라서 으리가 생긴 곳에 붙였어요. 그 때문인지 남편은 으리가 많이 나았습니다”(이0임. 1932. 2009년 8월 28일 문평면 지산마을에서 인터뷰).

 

“피부가 하얗게 된 옥동마을 청년이 하천 건너편의 나주 문평면 명하마을에서 쪽물을 얻어다가 발랐는데, 어느 정도 나았다고 합니다”(윤0. 1933. 2009년 8월 28일에 전남 함평군 대동면 상옥마을에서 인터뷰).

 

염료 식물인 쪽은 이처럼 과거에 민간요법으로 피부병에 많이 이용되었다. 쪽이 피부병에 좋은 이유는 오늘날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다수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쪽에는 인디루빈(indirubin)과 트립탄트린(tryptanthrin)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있으며, 이들 물질이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민간요법에 사용되었던 나주쪽을 활용한 고체 샴푸가 최근 출시되었다. 고체 샴푸를 만든 주인공은 서울 청년들이다. 이들은 서울시가 주관한 넥스트 로컬 사업에 선정된 젊은이들이다. 넥스트 로컬 사업은 창업과 고용 기회를 갖기 쉽지 않은 서울 청년과 청년 인구가 부족한 지방을 연계해 지역의 관광문화자원을 활용한 창업으로 서울 청년들(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의 지방 정착을 돕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올해의 경우 강원(영월, 평창), 충남(홍성), 전북(고창), 전남(목포, 나주, 강진, 영광), 경북(경주, 의성) 경남(고성, 합천) 제주도 지역과 연계한 청년 창업 지원사업을 6월에 시작해 2021년 2월까지 실시하고 있다. 나주쪽을 고체 샴푸로 만든 청년들은 나주의 전통 자원인 쪽이 민간요법에 사용되었던 것에 착안하여 사업계획서를 만들었고, 그것이 지원사업에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고체 샴푸(샴푸바)는 이름 그대로 비누처럼 고형으로 된 샴푸이다. 샴푸는 최근 대부분이 액체인데 과거에는 고체였다. 고체였던 샴푸가 액체로 된 것은 세정력을 높이고, 계면활성제 등을 첨가하여 거품을 잘 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지나쳐 세정력이 강한 샴푸는 두피의 피지까지 제거될 가능성이 있고, 두피의 건조로 머리카락이 거칠어지는 원인이 되며, 환경 오염도 야기한다. 액체 샴푸는 전용 병이나 리필 팩이 필요해 환경에 부담을 주는 문제점도 있다.

 

고체 샴푸는 액체 샴푸에 비해 강한 세정 성분이 적게 포함되어 있으므로 두피 건조가 심하지 않고 오염 물질을 제거할 수가 있으며, 환경부담도 적다. 린스도 필요 없다는 사람들도 있으므로 경제적이다. 용기 측면에서 고체 샴푸는 플라스틱 통에 담지 않으므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환경친화적이다. 작고 가벼워서 휴대가 쉬우므로 여행용 화장품으로도 편리한 장점이 있다.

 

고체 샴푸는 좋은 점들이 많으나 거품이 많이 나지 않기 때문에 거품을 충분히 내고 잘 씻어야 하는 점, 알칼리성 성분 때문에 남용할 경우 머리카락 보호 단백질이 분해될 위험이 있는 등 단점도 있다. 하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식물성 성분이 보완된 종류가 출시되고 있어 서구사회에서는 고체 샴푸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의 청년들은 나주에서 피부병에 대한 민간요법으로 이용해왔던 쪽이라는 자원을 발굴해서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장점이 있는 고체 샴푸와 결합한 상품을 만든 것이다. 즉 ‘전통 자원 +재발견과 트렌드’, ‘과거 + 현재’, ‘서울 +지방’이라는 조화의 힘을 이끌어낸 것이다. 쪽을 이용한 고체 샴푸의 성공으로 나주쪽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서울 청년들.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지역의 많은 전통 자원들이 개발되어 지역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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