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남에서 제비쑥떡, 서리쑥떡으로 불리면서 고급 떡으로 이용되었던 떡쑥떡도 찾아냈다. 나주에 전문점이 창업되어 떡쑥 재배와 떡을 생산하고 있다. 책이나 문헌에 소개된 전통떡을 제외하고는 이젠 더 이상 없을 것 같은데도 전남 각지의 노인당을 방문해서 고령자분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알 수 없는 떡 재료 식물이 새롭게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개번호추가 그중 하나이다. “번호추떡은 맛이 좋아 금덩어리로 여기고 먹었다. 번호추에는 떡번호추, 가새번호추, 개번호추가 있는데, 떡번호추는 호박잎처럼 잎이 크고 잎 뒷면에 하얀 털이 있었다. 가새번호추는 키가 크고 잎 뒷면에 털이 있었다. 개번호추는 시리꽃처럼 생겼는데 잎이 작고 포기가 생겼다. 번호추떡은 설에 꼭 해 먹었으며 안 해 먹은지 30년이 넘었다”. 2016년 10월 23일 해남군 계곡면 강절리에서 만난 채0혜(1933) 어르신의 제보이다. 제보에서 떡번호추는 수리취를, 가새번호추는 절굿대를 가리키는 것이다. 개번호추는 어떤 식물인지 아직 찾지 못했다.
강진군 성전면 오산마을 경로당에서 2016년 10월 23일에 만난 김0임(1937) 어르신은 “번추에는 떡번추, 개발번추, 써래번추 세종류가 있다. 개발번추는 잎이 옥잠화 같은데, 위쪽은 반질반질하고 뒤쪽은 허옇게 생겼으며, 장아찌로도 이욤한다”라고 하셨다. 떡번추는 수리취떡을, 써래번추떡은 절굿대떡을 가리키는 것인데, 개발번추는 어떤 식물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정가마을 입구 정자에서 2015년 7월 18일에 만난 이0네(1922) 어르신은 “분추떡은 우리 세대 때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조상 때부터 만들었던 떡으로 제일 좋은 떡인데, 분추 종류에 따라 맛이 달랐다”라고 하셨다.
장성군 삼서면 수해리 하해마을 경로당에서 2016년 10월 16일에 만난 이0임(1924) 어르신은 “개분추는 잎이 넓고 납작하며, 덜 찰졌다. 참분추는 가시가 있고, 키가 크며, 찰졌다”. 강진군 성전면 송학마을 송학 경로당에서 2016년 10월 23일에 만난 신0춘(1927) 어르신은 “분추는 써래분추, 떡분추, 개분추가 있는데, 개분추는 흔하고 덜 찰져서 잘 안먹었다”.
영광군 군남면 도철 경로당에서 2016년 10월 30일에 만난 배0례(1930) 어르신은 “떡 중에서 분추떡이 제일 맛있었다. 분추는 키가 크고 잎이 찢어진 것 1종류만 있었다”. 영광군 불갑면 가오리 가오경로당에서 2016년 10월 30일에 만난 강0분(1933) 어르신은 “떡 중에서 분추떡이 제일 맛있었다. 분추는 2종류가 있는데, 키가 크고 잎이 찢어진 것과 키가 작고 잎이 넓적한 것 2종류가 있다”.
속칭 분추는 위와 같이 이름이 다양하며, 지역에 따라서 1-3종류가 알려져 있었는데, 절굿대와 수리취는 이미 밝혀졌다. 개번호추, 개발번추, 개분추로 불리는 식물은 실물을 보지 못해 표준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상태로 수년이 지났다.
연말이 되면 그 식물을 찾지 못하고 한 해를 보낸다는 아쉬움과 함께 그 식물로 떡을 만들어 먹었던 문화가 사라질까 봐 조바심도 생긴다. 개번호추를 찾는데 뜻있는 분들이 함께 나서서 남도의 전통떡을 전승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15. 근대 나주의 분추떡 문화와 절굿대. 세오와 이재 출판사.
허북구. 2015. 근대 나주의 제비쑥떡 문화와 떡쑥. 세오와 이재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