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과 중동 지역인데, 이 지역에서는 고대부터 상추가 식용 및 약용으로 이용되었다. 약용으로서 상추는 특히 진정 효과가 주목받았다. 로마제국의 네로 시대(1세기 후반) 때 군의관인 페다니우스 디오스코리데스(Pedanius Dioscorides)는 상추와 가시상추의 유액에는 진정 효과가 있다고 책에 기술했다. 18세기 말 미국의 의사는 상추 유액을 건조시킨 다음 아편 대신 처방했으며, 19세기 말까지 상추 유액을 의약품으로 인정되었다.
20세기가 되면서 분석기술이 크게 발달되어 상추 유액 성분이 상세하게 구명되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상추의 주효 약효 성분은 테르펜 계통의 2차 산물인 세스퀴테르펜 락톤(sesquiterpene lactones)이라는 화합물임이 밝혔졌다. 이 화합물은 락투신(lactucin), 디옥시락투신(S-deoxylactucin), 락투코피크린(lactucopicrin)이 중심 물질이며, 이중 락투코피크린이 쓴맛 성분인 동시에 상추의 진정 효과를 나타내는 주성분인 것으로 밝혀졌다(日本の植物生理学会 누리집).
Lactucopicrin(락투코피크린)은 상추 류의 속명 Lactuca와 쓴맛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pikros의 합성어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물질은 진정 효과와 최면 효과를 가진 화학 물질로 상추에 포함되어 있지만 “상추를 많이 먹으면 불면증과 불안 증세에 효과가 있다”라는 말을 뒷받침하지는 못한다.
상추류에 포함된 락투코피크린은 진정 작용을 나타내는 물질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작용을 내기 위해서는 실험 쥐 체중 1㎏당 최소 15㎎이 필요하다(2006.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107(2):254-8). 체중 60kg인 사람에게 적용하면 9,000mg의 락투코피크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Price 등(1990. J. Sci. Food. Agric 53:185-192)은 상추류 종류에 따른 락투코피크린의 함량을 조사했다.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상추에는 락투코피크린의 함량이 ‘유리형은 46.2μg/g 건조 중량’, ‘결합형은 74.8μg/g 건조 중량’으로 합하면 121μg/g 건조 중량이다.
상추의 수분은 95% 정도되므로 이를 환산하면 상추에 락투코피크린 함량은 생잎 100g에 602μg( 602μg/100g 생엽)가 함유되어 있다. 락투코피크린은 상추 종류에 따라 함량이 다르므로 이 연구보다 상추에 많은 양이 있다고 가정해서 1㎎/100g 생엽으로 계산했을 때 실험 쥐의 유효량은 15㎎/㎏이므로 체중 20g의 실험 쥐에는 0.3㎎을 투여해야 한다.
위의 결과를 고려하면 상추에서 0.3㎎의 락투코피크린을 얻기 위해서는 30g의 잎이 필요하다. 쥐의 수면을 유도하기 위해 신선한 상추 30g을 건조해서 사료로 먹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인간이 수면을 유도하기 위해 신선한 상추의 섭취를 가정하여 쥐에게 30g의 상추를 먹이려고 한다면 불가능하다. 몸무게가 20g 정도인 쥐에게 체중보다 많은 30g의 상추를 먹이기는 힘들기 때문이며, 설사 30g을 먹인다 해도 긍정적인 효과 보다 부정적인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한편, 국내 연구진은 여러 종류의 상추에 함유된 락투코피크린의 함량을 조사한 결과 82.5/g에서 2228.6µg/g로 다양했으며, 평균 농도는 586.3µg/g라고 했다(2016. Korean J Plant Resources 29(6):679-689). 락투코피크린 함량이 최고로 많은 것은 ‘2.22mg/g 건조중’이므로 신선한 상추 100g 중에 210.9mg 정도가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환산할 수 있다. 이것을 체중 60kg인 사람이 수면 유도 효과를 목적으로 섭취한다면 4,267g, 즉 4kg 이상을 먹어야 한다.
한 자리에서 상추 4k을 먹기도 곤란하지만 먹었을 때는 다른 성분으로 인해 과잉섭취에 따른 부작용의 우려도 있기 때문에 상추의 섭취에 의한 수면 유도는 쉽지가 않다. 다만 ‘상추 = 불면증 개선’이라는 이미지는 상추의 섭취에 의해 심리적으로 수면 유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짜약을 투여한 사람들에게도 진짜약을 투여한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Price, K,, M.S. Dupont, and G.R. Fenwick. 1990. Relationship between the chemical and sensory properties of exotic salad crops—coloured lettuce (lactuca sativa) and chicory (cichorium intybus). J. Sci. Food. Agric 53:185-192.
Sung, J.S., O.S. Hur, K.Y. Ryu, H.J. Baek, S.S. Choi, S.G. Kim, B.P. Luitel, H.C. Ko, J.G. Gwak, and J.H. Rhee. 2016. Variation in phenotypic characteristics and contents of sesquiterpene lactones in lettuce (Lactuca sativa L.) germplasm. Korean Journal Plant Resources 29(6):679-689.
Wesołowska, A., A. Nikiforuk, K. Michalska, W. Kisiel, and E. Chojnacka-Wójcik. 2006. Analgesic and sedative activities of lactucin and some lactucin-like guaianolides in mice. Journal of Ethnopharmacology 107(2):25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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