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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농업기술원 벽지 시험장의 성과와 비화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14 08: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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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수확을 앞둔 과일들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전남에서 과일 생산은 감과 배로 상징되는 전형적인 온대산 과실에서 참다래, 유자, 백향과, 무화과 등 아열대 과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전남에서 아열대 과일의 생산이 증가한 배경에는 미래를 대비한 전남농업기술원의 발 빠른 대처, 개척자 정신을 가진 농민, 지역의 학계와 연구자들의 노력을 들 수 있다. 그중 특히 벽지 시험장에서 현장 연구에만 매달린 연구사들을 빼 놓을 수 없다.

 

전남농업기술원에는 과거에 구례오이시험장, 고흥유자시험장, 보성차시험장, 완도난지과수연구시험장 등 벽지(僻地) 시험장이 있었다. 이 중 수십 종의 감나무 유전자원을 보유하고 있었던 완도난지과수연구시험장(완도시험장)에는 1990년대부터 관련 연구차 수차례 방문하게 되었다. 그 인연으로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박문영, 조윤섭, 박재옥 박사를 알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 낮선 완도로 발령이 난 후 비파, 참다래 등의 연구에만 몰두했다. 이들이 처음 근무했던 시절의 완도시험장은 교통 여건과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누구든, 어떻게든 그곳을 벗어나고 싶을 정도였다. 더욱이 나주에 있는 본원에서 근무하게 되면 승진, 자녀교육 등 일신상의 장점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열악한 근무환경이었음에도 세 사람은 나주 본원으로 벗어나는 것 대신 그곳에서 계속적으로 연구의 연속성을 택했다. 1997년에 완도시험장이 해남 난지과수시험장(현 과수연구소)과 통합되자 연구하던 과수와 함께 해남으로 옮겨서 연구를 이어갔다. 그리고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큰 성과를 냈다.

 

세 사람 중 가장 연장자인 박문영 박사는 광주에 사는 가족과 떨어진 채 완도와 해남에서 30년 정도 근무했다. 정년퇴임을 앞 둔 박문영 박사는 평생을 오지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비파의 품종 육성, 재배 기술 개발 등에 대한 연구를 해 비파가 완도 특산물로 자리 잡는데 크게 기여 했다.

 

조윤섭 박사는 신혼 때부터 완도시험장 관사에서 생활했다. 26년의 공직 생활 중 1년 6개월을 제외하고는 완도와 해남에서 근무하면서 참다래 품종 육성과 재배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뉴질랜드 등 외국계 일색이던 참다래 품종을 ‘해금’ 등 국내 우수 품종으로 전환시켰다. 연구 결과는 ‘참다래 완전 정복’ 책의 공동 저술과 농가 현장 교육 등을 통해 보급에 앞장섰다.

 

조 박사의 노력에 힘입어 전남은 국내 참다래 생산량의 약 45%를 차지하는 주산지(제주도약 30%, 경남 약 25%)가 되었다. 조 박사가 육성한 참다래 품종은 전남농업기술원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증명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참다래 농가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주고 있다. 조 박사는 연구관으로 승진했지만 해남을 떠나지 않고, 해남에 있는 과수연구소 소장으로서 열대 및 아열대 과수에 관한 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재옥 박사는 완도와 해남에서 28년째 근무하면서 열대 및 아열대작물의 연구에 집중했다. 박 박사는 특히 백향과에 대해 국내에서 재배와 소비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폭넓은 자료 수집과 연구를 통해 전남의 환경에 맞는 재배 작형과 재배법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농가 교육과 집필을 통해 보급해 왔다. 2018년에는 국내 최초로 백향과 단행본인 ‘백향과·패션프루트 완전정복’을 출판해서 전남이 백향과 주산지가 되는데 기여해 왔다. 박 박사는 현재도 해남 과수연구소에서 여전히 연구사로 근무하고 있다.

 

위 세 사람이 연구한 참다래, 백향과, 비파는 전남이 다른 시도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개인의 안락을 희생해가면서 사명감을 갖고 다수를 위해 드러나지 않게 연구하는 분들이 많다. 일일이 열거하지 못하고 세 사람만 소개하는 것은 이 세 작물을 연구하면서 이들의 얼마나 큰일을 했는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농업은 현재 지역 간 및 수입 농산물과의 격화되는 경쟁에 직면해 있으며, 기후환경의 변화에도 대처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농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의 해결, 지역 환경을 장점화 하는 기술개발과 우수한 품종 개발 등을 하려면 연구자들이 현장에 있어야 한다.

 

연구자들이 현장에 있다 보면 일신상의 손해를 보는 일도 많게 된다. 그러한 손해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전남 농업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더불어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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