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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산 커피 그리고 루왁커피와 발효 원두커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10 08: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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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에서 커피나무가 틈새 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고흥, 담양, 여수 등지의 일부 농가들은 커피콩의 수확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다. 전남에서 새로운 소득 작물로 주목받고 있는 커피나무는 동아프리카(수단, 에티오피아, 케냐)가 원산지인 꼭두서니과 식물이다. 커피속의 식물은 40여종이 넘지만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아라비카(Coffea arabica)종과 로부스타(Coffea robusta)종이다.

 

아라비카 종은 맛과 향이 뛰어나며, 평균 기온 15-24℃에서 잘 자란다. 로부스타 종은 맛과 향은 다소 떨어지나 24-30℃ 정도의 기온만 유지하면 생육이 잘되는 편이다. 두 종은 생육 특성이 서로 다르지만 모두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25도 사이의 열대 지역에서 생산되는 공통점이 있다.

 

커피나무의 생육 적지에 우리나라의 온도 및 위도를 대비해 보면 판이하다. 전남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는 곳들의 위도는 북위 34-35도이다. 기온은 해남의 땅끝 마을이 상징하듯 남부 지역으로 따뜻하다고 하나 겨울철 노지 온도는 커피나무의 생존 자체를 어렵게 한다. 그렇기에 시설에서 재배한 커피나무는 주목도가 높고, 국내에서 생산된 커피콩은 종종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화제성과 생산성은 별개이다. 생산성 측면에서 커피나무의 국내 재배는 나무를 관상용 및 교육용으로 활용한다면 시장규모는 크지 않지만 그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소량의 커피콩을 생산하면 국내산 커피라는 특이성과 희소성에 의한 마케팅도 가능하다. 현재는 이처럼 희소성에 기반해서 재배되고 있지만 대량 생산할 경우 커피콩의 생산량, 품질 및 비용에 따른 생산성을 고려하면 경쟁력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내에서 커피나무의 대규모 재배에 의한 생산성은 크지 않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라 재배환경은 점차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전남농업기술원에서는 온난화에 대비차원에서 많은 종류의 열대 및 아열대 식물을 도입해서 시험한 결과 성공을 거두고 있고 있다. 농가에서 열대 및 아열대 식물을 도입해서 성공적인 재배와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와는 맞지 않다고 여겼던 커피나무 재배도 성공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커피나무의 재배확대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국내산 커피콩의 시장 한계성이 해소 되지 않는 한 요원한 일이다. 따라서 전남지역의 기후 특성을 활용한 커피나무의 재배확대를 위해서는 재배 측면과 함께 소비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커피콩 품질 향상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커피콩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커피나무의 종과 재배지의 자연환경이 만들어 내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매우 좁은 것이 전남의 현실이므로 생산된 커피콩에 대한 품질향상 처리가 필요하다. 커피콩의 품질향상을 위한 가공처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으뜸이 루왁(luwak)커피와 같은 것이다.

 

루왁은 인도네시아 자와 지역에서 야생 사향고양이를 일컫는 말이다. 야생 사향고양이는 커피나무의 익은 열매를 먹은 후 과육은 영양원으로 사용하고, 씨앗에 해당되는 커피 원두를 배설한다. 이 원두를 이용한 것이 루왁커피이다. 그러므로 루왁커피의 가공 주체는 사향고양이다. 사향고양이는 인간들 보다 더 우수한 커피 가공기술을 지닌 탓에 수난을 겪고 있다. 야생 사향고양이를 잡아서 닭장처럼 비좁고 지저분한 우리에 가두고 강제로 커피콩만을 먹여서 루왁 커피를 생산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사향고양이의 수난을 보다 못한 연구자들이 루왁커피의 비밀은 커피콩의 발효에 있음을 밝혀냈다. 즉, 사향고양이의 체내에 있는 효소와 균이 발효에 관여해서 쓴맛과 떫은맛을 억제하고, 향기를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향고양이의 체내에 있는 균을 분리해서 사향고양이가 소화기관에서 커피콩을 발효시키는 것과 같은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커피콩의 발효기술을 개발했다.

 

루왁커피의 품질은 이처럼 생산된 커피콩의 발효 의존도가 크다. 이것은 전남에서 생산된 커피의 재배종과 기후적 환경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를 커피콩의 발효 등 가공에 의해 극복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발효라는 것은 된장, 고추장처럼 우리의 식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전남에서는 커피처럼 카페인이 함유된 녹차에서도 많이 적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다만, 커피의 경우 새로운 작물이어서 기존 연구가 많지 않고, 농가 차원에서 최적화 조건을 구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산학관이 새로운 전남의 먹을거리 개발차원에서 적극 접근하고 성과를 일궜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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