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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여행과 광양 매실라면, 나주 홍어라면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0-10-06 08: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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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라면 여행. 일본 니가타현(新潟県)의 TeNY TV 니가타(TeNYテレビ新潟)의 인기 프로그램인 ‘니가타 제일(新潟一番)’의 한 코너이다. ‘니가타 제일(新潟一番)’은 1995년 10월 2일에부터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니가타현에 있는 라면 전문점을 찾아 여행하는 코너인 ‘라면 여행’은 여러 가지로 화제가 되었다.

 

라면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지역 고유 환경 및 특산물과 결부된 다양한 라면이 있다. 라면 전문점이 모여 있는 라면 거리도 많으며, 쉽게 구별이 가능한 라면의 종류만 해도 100가지가 넘는다. ‘라면 여행’의 방송 배경이 된 니가타현만 해도 크게 다섯 가지 타입의 라면이 있다. ‘니카다담백한간장(新潟あっさり醤油)라면’, ‘니가타농후한된장(新潟濃厚味噌)라면’, 쓰바메산조지방(燕三条背脂)라면, 나가오카생강간장(長岡生姜醤油)라면, 산조카레라면(三条カレーラーメン)이 그것이다.

 

이중 쓰바메산조지방(燕三条背脂)라면은 니가타현 쓰바메시(燕市)에서 생겨난 것으로 니가타현 중앙부에 위치한 쓰바메시와 산조시(三条市)에서 돼지 로스 부위 위쪽에 있는 지방을 첨가하여 만든 지역 라면이다. 나가오카생강간장(長岡生姜醤油)라면은 니가타현 나가오카시(長岡)에서 많이 생산되는 생강을 스프로 활용한 지역 특산 라면이다. 라면에 생강을 사용하는 이유는 생강이 지역 특산이기도 하지만 돼지고기 냄새를 잡고, 체온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산조카레라면(三条カレーラーメン)은 니가타현 산조시(三条市)의 특산인 울금을 라면에 활용한 것이다. ‘산조카레라면’은 과거 철(鐵) 산업이 발달했던 산조시(三条市)에서 대장장이들은 점심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일하면서 활력을 돋우기 위해 라면에 카레를 넣어 먹은 데서 유래되었다. 산조시의 산조카레라면은 70년 이상의 역사가 있으며, 오래된 산조카레라면집만 해도 현재 70군데가 넘는다.

 

일본은 이러한 라면 문화가 있기 때문에 지역 라면을 먹기 위한 여행은 스테디셀러 상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면종류의 음식, 특히 지역의 독특한 라면을 먹기 위한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다.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지역에는 라면을 이용해서 특산물을 홍보하고 판매 촉진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 사례로 광양 매실을 들 수 있다. 광양 매실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나 매실을 활용한 라면은 상품화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일본에는 다수의 제품화된 매실라면이 출시 및 판매되고 있다. 매실을 이용한 지역 라면 점문점도 많다. 매실라면의 순위를 매겨 놓은 인터넷 사이트에는 인기 매실라면 종류 순위가 77위까지 소개가 되어 있을 정도이다.  

 

지난 2월에 개최된 일본 ‘매실 서밋(Summit), 특산품 선택’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것도 매실라면이었다. 이 대회의 최고상 수상자는 후쿠이현(福井県) 미카타카미나카(三方上中) 군에서 라면전문점을 하고 있는 나카니시 유스케(中西佑介)씨(34)이다. 그는 그 지역 특산인 매실의 홍보와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특산 매실의 과육과 추출물을 사용하여 라면 사리를 만들고 육수로 사용한 라면을 개발했다. 약 4개월에 걸쳐 개발한 매실라면은 느끼한 맛을 줄임과 동시에 신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현재, 나카니시 유스케의 라면전문점에서 매실라면은 인기 메뉴이며, 매실라면 사리와 육수는 별도로 판매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라면에 대한 문화차이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라면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특산물을 활용한 다양한 라면이 지역 관광을 촉진시키면서 지역 특산물의 홍보 및 판매에 기여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감안할 때 농특산물의 마케팅에서 라면의 가치는 커지고 있다.

 

다행히 전남의 몇몇 지역 식당에서는 지역의 농수특산물을 활용한 라면을 제조 판매하고 있으며 준비하고 있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나주에서도 ‘나주곰탕라면’, ‘나주홍어라면’을 준비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기존에 인지도가 있는 특산물과 그 용도를 구심력삼아 특산물 라면도 원심력을 갖게 하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멋진 시도가 더욱더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지역의 농협, 도시재생센터, 단체 등에서 라면에 대한 인식 전환과 특산물 라면의 활용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한다. 그러한 의지를 갖고, 시스템을 작동시킨다면 광양매실라면, 나주홍어라면, 보성녹차라면, 벌교고막라면, 완도전복라면, 진도카레라면 등의 이름을 가진 라면이 지역특산물의 소비와 지역 관광산업에 크게 기여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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