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프루트는 우리나라에 관상용으로 처음 들어왔다. 관상용은 시계를 닮은 꽃모양으로 인해 ‘시계초’로 불린다. 일본에서도 관상용은 시계초라 불리며, 과일용은 과일을 이용하는 시계초라는 의미에서 과실시계초(果實時計草)라 부른다.
시계초로 불리던 패션프루트는 과일용으로 도입되면서 영어 이름인 패션프루트가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다가 타이완에서 패션프루트 묘목을 수입하면서 중화권에서 불리는 백향과(百香果, bǎixiāngguǒ)라는 이름의 사용도 늘어났다.
백향과라는 이름을 풀이하면 백가지 향이 나는 과일이다. 이름이 그러하니 백 가지 향이 나는 과일로도 부족해서 백가지 향과 맛이 나서 백향과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백향과의 이름 유래는 향과는 관련이 없다. 백향은 영어 이름인 Passion Fruit 중 Passion의 발음과 비슷한 백향(百香)을 차용한 것이며, 과(果)는 Fruit에 해당되는 한자이다. 그러므로 백향과 이름은 향이나 맛과 관련이 없고, 그냥 패션프루트에 대한 중국식 발음이다.
그러면 영어이름 Passion Fruit(패션프루트)에는 어떤 뜻이 있을까? Passion Fruit는 이 식물을 패션플라워(Passion Flower)라고 부른데서 유래된 것이다. 패션플라워(Passion Flower)는 ‘그리스도 수난의 꽃’라는 의미로 이 식물의 꽃 모양이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를 연상케 한 데서 유래된 것이다. 이에 패션프루트는 패션플라워의 과실을 이용한데서 Passion Fruit라는 이름이 붙었다.
패션프루트의 영어 이름은 학명 Passiflora edulis와 관련이 깊다. 속명의 ‘Passio’는 열정이라는 뜻이 있지만 ‘수난’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flora’는 꽃을 뜻하므로 Passiflora는 수난의 꽃이라는 의미가 된다.
패션프루트가 수난의 꽃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은 패션프루트의 꽃에 있는 3개의 암술머리를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세 개의 못이 박혀 있는 모습에 비유한 것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패션프루트의 꽃에서 5개의 수술은 십자가상에서 입은 5개의 상처, 아름다운 총상(總狀)은 가시관 또는 후광, 즉 성스러운 빛을 의미한다. 꽃받침과 5개와 꽃잎은 형장에서 그리스도를 바라다 본 10인의 제자(12제자 중 유다와 베드로 제외)를 상징한다. 손바닥 형태의 패션프루트의 잎은 그리스도를 찌른 창끝 또는 박해자의 손을 의미하고, 덩굴손은 그리스도를 때린 채찍을 의미한다.
패션프루트의 종명 에둘리스(edulis)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먹을 수 있는’, ‘식용의’라는 뜻 외에 ‘교회’라는 의미가 있다. 패션프루트의 학명, 영명, 백향과는 단어와 음은 다르지만 모두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름의 뜻은 같지만 소비 현장에서는 각기 목적에 맞게 각색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각색되어 사용되더라도 원래의 뜻은 알고 사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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