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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창평, 우리 전통에 맛, 약과(藥果)
  • 기사등록 2016-01-19 10:55:55
  • 수정 2016-01-19 13: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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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俗談)에는 하기에 쉽고도 즐거운 일임을 비유적으로 이루는 말로 개떡먹기, 기름떡 먹기, 깨떡먹기와 약과(藥果)먹기가 있다.

 

故 최명희 작가의 혼불에서 율촌댁은 새학기에 전주로 나갈 강모 아들에게 무엇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심정에서 약과와 강정을 내 놓으시면서 “좀 먹거라”하셨다.

 

명절(名節)이나 제사 뒤끝, 동네꼬마 녀석들 중에 코 묻은 약과 몇 조각을 가지고 골목대장(大將)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얄미운 녀석에 손에 쥐어진 약과 한 조각은 우리에 기를 죽이고도 충분(充分)하였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처음보는 약과는 분명 과자라는데 떡인지 과자인지 알 수가 없다. 애걸 복걸 겨우 반에 반 조각을 얻어 입에 넣으려 하니 코 향기는 이미 꿀에 마취되었고 혀 끝은 단맛에 묻혀 황홀감에 젖어들어 몇 번 만 씹었을 뿐인데 스스르 녹이버린 약과를 붙잡으려하니 이미 없어진 약과다. 오호통제라 이일을 어찌할꺼나. 반 조각 만 더 얻어 먹고 싶은데 그 골목대장에 눈치는 나에 마음이 아니다. 그 꼬마 녀석은 엄마를 조르지 않았을 건가, 사달라고 만들어 달라고 말입니다. 당시 쌀보다 귀한 밀가루에 비싼 참기름을 섞고 쉽게 구할 수 없는 꿀까지 넣어 버무려 기름에 지져 만든 것이 바로 약과라고 하였다.

 

여기서 약과(藥果)는 유밀과(油蜜果)의 하나로 약(藥)이 되는 과자(菓子)라는 뜻에 고급 과자로, 과자(菓子) 중에서 과(菓)가 과일을 뜻하는 한자로 과일을 대체하거나 과일보다 더 좋은 식품이기에 제사상에 놓는 음식이라고도 합니다.

 

약과는 의례(儀禮)나 명절, 잔치, 제사때 필수음식이고 하늘로 먼저 가신 그리운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한다는 고운 의미도 지닌 전통 과자가 바로 약과라 한다.

 

약과는 고려시대 때 널리 유행하였으며 이후 조선시대에는 약과가 대표적인 기호식품의 자리를 차지하여, 1948년 ≪조선상식≫에는 “조선에서 만드는 과자 가운데 가장 으뜸상품이며 온 정성을 들여 만드는 점에서 세계에 그 짝이 없을 만큼 특색있는 과자다”라고 하였고,

 

정약용이 1819년 순조 19년에 저술한〈아언각비 (雅言覺非)〉에서 약식의 명칭 유래에 대해 설명한 것을 보면, 조선에서 꿀을 흔히 약(藥)이라 하기 때문에, 밀주(蜜酒)를 약주(藥酒)라 하고, 밀반(蜜飯)을 약반(藥飯), 밀과(蜜果)를 약과(藥果)라 말한다고 하였다고 한다.

 

원나라와 교류가 있던 시절에 원나라에서 약과를 너무 선물로 보내달라 요구해서 아예 원나라 잔치에서 약과를 빼버리는 일까지 있었다고 전해진다.

 

우리 고장 전남 담양(潭陽) 창평면 오강리 입구, 지금에 창평 IC를 막 나와 창평읍 쪽 한길 큰 길가에는 파란색 바탕에 하얀 글씨의 “오강리 슈퍼”라는 점방이 있었다. 어느 단편 문학소설에 나올법한 “오강리 점방”, 지금으로 말한다면 조그마한 시골 문구점을 겸한 슈퍼라고나 할까.

 

그 가게에 들어서면, 넉넉한 인상이 좋아 보이는 젊은 아짐이 언제나 반겨주셨고 그 옆에는 약과 상자가 있었다. 그 약과 상자 옆에만 서면 맛있는 참기름 냄새며 달콤한 꿀 냄새가 어린 꼬맹이들의 코를 가만 두지 않았다.

 

그 때 그 곱디 고우신 김복녀 아짐께서는 팔순에 나이에도 지금까지 한 평생을 두 딸과 함께 약과를 만들어 오고 계신다.  위생적이고 현대적인 법규에 맞게 단장(丹粧)한 시설에서 우리 전통에 맛, 엄마의 정성이 듬뿍 담긴 우리 과자 맛, 아니 어릴적 그 골목대장이 우리의 꼬맹이를 울렸던 그 때 그 향수의 맛을 오늘도 만들고 계신다.

 

그 맛을 보실려거든 담양 창평 김복녀 약과(061-382-8364)를 찾으시거나 고수마귀를 검색하시면 분명 옛 추억을 갖게 되시리라 추천합니다./(담양 창평 슬로시티 명인(名人) - 천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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