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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메
  • 기사등록 2015-11-09 08:5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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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 혼쭐 떨어지는

열대의 밤.

은하수 뿌연 강물마저

맥이 다해 사지를 늘어뜨리고

가뭇없이 흘러 나른한

온 세상의 두려운 침묵.

 

생사를 넘나드는 흐느낌 속.

여인의 숨결 거칠어지고,

목젖 흐르는 땀방울과

생살 찢어가는 고통으로

세상을 향한 아우성 한마디로

어메는 나를 이승에 떨구었다.

 

그로부터 수도 없는 날과

해량 없는 세월 속에

자식들 걱정에 잠 못 이루거나

고달픈 인생살이 힘겨워

한잔 술에 서러움을 달래는,

일희일비의 시간들이 쌓여

끝내는 전설이 되었다.

 

하고 많은 사연들 가슴에 담고

때로는 천둥번개의 소리로

하늘과 땅을 꾸짖고,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하다

스스로 자지러져 혼절도 하였다.

모두가 잘살아 보자는 뜻이었는데,

진실과 오해가 꼬여가며

갈등의 늪은 깊기도 하였다.

 

이제 어메는

외딴 바다가의 연못이 되어

바람이 자면 고요하고

강풍에 덩달아 소리치는데

바라다 보이는 우리들 가슴은

그저 아프기만 하다.

 

어메 달래보려 흰 고무신 걸쳐

막걸리 몇 병 받으러 가는 길.

어메의 은덕 한 줄이라도 갚아진다면

문득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초췌한 상념들이 등 뒤를 따르지만

단지,

어메를 위해 버린 세상이

내 격정의 전부였음을 어메가 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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