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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遲讀)하는 강자
  • 기사등록 2014-10-21 14: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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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국 칼럼]하의초등학교를 처음 부임했을 때 한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시골 학생답지 않게 기품이 넘쳐서 경이롭기 까지 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중에 도서실에서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 여쭈어 보았다. 
 

한국문인협회 보성지부장 김용국

“선생님, 영실이가 도서실에서 책을 잘 읽데요.”
 
“맞아요. 독서광이라고 할 만해요.”

다음 애국훈화 때 선배이신 후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서 1만권과 독서 그리고 서권기(書卷氣)를 이야기했다. 서권기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깊이 있고 차분한 용모이다. 물론 영실이를 예로 들었다. 학생들은 단박에 동의를 했다.
 
그 일을 계기로 영실이랑 친구들이 밤에도 학교 도서실에 나와서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섬이라 밤에도 사택에 계시는 선생님들께 동의를 얻어서 한 분 씩 봉사를 하셨다. 숙제나 공부에 관한 질문이 있을 때는 한 사람이 하나만 하도록 부탁했다. 그 이름을 ‘인동초 별빛 도서실’이라고 하였다. 학생들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게임 대신 책을 읽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전교생의 절반이 이용했었다.

 

그때는 전라남도교육청에서 ‘좋은 책 60권 읽기’를 권장했다. 교육과정과 연계된 책이었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면서 그냥 좋은 책 읽기로 바뀌었다. 개성과 학력이 다른 학생들에게 정해진 책만 읽게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 무렵에는 다독을 강조했다. 지금도 다독을 강조한다. ‘1만권의 책을 읽으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이 있다. 어떤 분은 그 말을 믿고 5천 권을 읽었더니, 자신의 책을 출판할 정도로 전문가가 되었다고 밝힌 분도 있다.
 
그런데 독서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서 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읽는 것이 답이라지만 정답은 아니다. 중국의 아마존을 창설한 기업가는 당당히 무협지를 즐겨 읽었기에 그런 창의적인 발상을 했다고 한다. 조직이나 인관 관리도 무기, 수련, 의리, 협상, 배신 등 무협소설의 내용을 응용하고 있다.
 
어떤 작가는 만화에서 창의적인 영감과 정서적인 위로를 받는 다고했다. 

요즘 속독이 미치는 해악이 밝혀지고 있다. 스마트폰 액정화면을 휙휙 넘기듯이 빠르게 스치는 독서 습관이 들면, 어떤 글이나 사태의 내용을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하여 판단에 오류가 있단다. 물론 의사결정에도 실수할 확률도 높다. 그에 대한 독서가 정독이고 더 나아가 지독이다. 지독은 책 내용을 완전하게 파악하고 음미하면서 책을 읽는 것이다.
 
매킨지 독서법은 1시간 책을 읽고, 3시간을 생각을 하는 독서법이다. 어느 중학교 국어 선생님은 소설 1권으로 1년 동안 국어 수업을 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세계 최고의 문자인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도 독서광이었다.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백번을 읽었고, 몸이 아파도 글을 계속 읽었다. 세자 시절에 병이 들었는데도 책을 읽는 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 태종이 세자의 방안에 있는 책을 모조리 치워버리게 했다. 그런데 마침 병풍 사이에 책 한 권이 끼어 있었다. 세종은 이 책을 천 번이나 읽어서 아예 외워버렸다.
 
세종은 이런 독서력 덕분에 막내인데도 왕위에 오른 것이다.

필자가 아는 훌륭한 교육 지도자들도 거의가 다 독서광이었다. 틈만 나면 새로운 교육 서적을 읽고 메모하고, 그 내용을 교육에 접목하고 응용했다. 이른바 퍼스트 펭귄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지식과 정보와 지혜를 책에서 건져내는 분들이었다.

 

학생들이 하루에 5분 만이라도 책에 몰입하면 좋겠다. 천천히 음식을 씹듯이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잘 소화하여 제 것으로 만들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기 세계에서 우뚝한 강자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문인협회 보성지부장 김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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