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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동부권 방앗잎 음식의 억울한 누명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11-11 08: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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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장어국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거 누가 넣었어요. 경상도 음식이네!” 영광군의 한 섬에서 모여서 음식을 먹을 때 있었던 일이었다. 그 음식에서 이상한 냄새를 풍긴 것은 방앗잎(배초향)이었으며, 그것을 넣은 범인은 광양 출신의 목회자였다.

 

과거 광양을 비롯해서 전남 동부지역에서는 장어국, 민물고기 매운탕, 생선요리, 추어탕 등에 젬피와 방앗잎은 거의 필수적으로 사용되었다. 광양 출신의 목회자는 장어국 맛이 어딘가 허전해 고향에서 하듯 습관적으로 방앗잎을 넣었는데, 영광군의 섬 사람들 입장에서는 낮선 음식이었다.

 

전남 서부권에서는 방앗잎과 젬피를 넣은 음식에 대해 경상도 음식으로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전라남도에서도 동부지역에서는 여러 음식에 방앗잎과 젬피 등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으므로 경상도 음식이라고 치부하기는 어폐가 있다.

 

방앗잎의 생약명으로는 곽향(藿香)이라는 이름이 사용된다. 곽향이라는 이름은 중국에서도 많이 사용하는데,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학자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이 저술한 약학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이 식물의 잎이 콩잎(藿)을 닮았고 향이 강한 데서 곽향(藿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돼 있다.

 

곽향이라는 이름은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에도 자주 기록되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곽향은 국내에서는 전라도의 토산물이라고 되어 있는 가운데 종종 외국에서 바치거나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즉위년 무술(1418) 8월 14일(신묘)”에는 유구(琉球, 일본 오키나와) 국왕의 둘째 아들이 사람을 보내어 곽향(藿香) 50근을 바쳤다는 내용이 있다. “세종 5년 계묘(1423) 1월 1일(계미)”에는 구주(九州) 총관(九州摠管) 원의준(源義俊)이 사람을 시켜 토산물을 바쳤는데, 원의준은 사로잡혀 온 대마도 사람을 돌려보내기를 청하면서 곽향 10근 등 토산물을 바쳤다는 내용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이처럼 일본 구주(규수), 유구(오키나와), 대마주(대마도)에서 곽향을 조선에 바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조선왕조실록》“정조 9년 을사(1785) 2월 14일(갑오)”의 기록에는 청나라 사신으로 간 홍억 서장관(書狀官)이 “우리나라는 약재(藥材)를 오로지 귀국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해마다 사신이 돌아갈 때에 내의원(內醫院)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사서 가지고 갑니다. 그런데 육계(肉桂)와 곽향(藿香) 두 종류에 대해 말하면 시장에서 파는 것은 모두 진품(珍品)이 아니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어 일본이나 중국에서 구입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방앗잎은 전라도 외에 일본과 중국에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영어 이름은 코리언민트(Korean mint)이다. 영어 이름을 통해서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이용되어왔던 식물이라는 점과 방앗잎이 한국 고유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중국과 일본에서는 방앗잎이 주로 약재로만 사용되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에 많이 사용되어왔다.

 

그리고 그 중심지는 《조선왕조실록》에 전라도의 토산물로 기록되고 있는 것과 같이 전라도이며, 전남 동부지역에서는 그 문화가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다. 그러므로 방앗잎이 사용된 음식이 경상도 음식이라는 것은 오해이며, 이것을 수용하고 전남의 개성적인 음식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방앗잎의 소비 증가와 용도 다양화에 의해 소득 작물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용문헌

허북구. 2022. 전통 향료식물 배초향과 방앗잎 전. 월간 글마루 139:9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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