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백 년이 넘은 고향집
여러 겹으로 덧바른 벽지를 뜯어낸다
한 겹 한 겹 뜯어낼 때마다
희뿌연 먼지 속에서 박제된 시간들 되살아난다
할아버지 담뱃대 탕탕탕 두드리는 소리
손주 등에 업고 토닥거리는 할머니 손바닥 소리
홀연 사라진 자리
콜록콜록, 방안 가득 아버지 담배 연기 번지고
이불 차는 아이들 곁에 어머니 뒤척이는 소리에
누나가 붙여둔 껌딱지 검은 눈동자도 반짝인다
또 한 겹 뜯어내자
아랫목 가을 햇살 한 줌 부스스 깨어나고
주인 따라 순장된 바둑이 컹컹 짖는 소리 들려오는
빈집
오래된 벽지를 뜯다 보면
사라진 기억들이 꿈틀꿈틀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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