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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노인의 일 중독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4-06-21 08: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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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일만 했던 시대가 있었다. 여성들은 낮에 들 일을 하고, 밤에서는 베를 짜고 바느질을 했었다. 남성들은 들일을 마치고 나면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새끼를 꼬거나 거적을 엮었었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눈뜨면 일을 시작해서 잠을 자기 전까지 일했었다. 일을 하는 데는 나이도, 성별도 구분이 없었다. 성별에 맞게, 나이에 맞게 일을 했다. 그렇게 일을 했고, 그렇게 일을 해야지만 먹고 살고, 일이 진행되었던 시대가 있었다.

 

낮에 일하고 새벽과 밤늦게까지 베를 짜야했던 것은 직조기의 활용과 합성 섬유가 출시되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다른 일들 또한 농기계가 발달되어 생산성이 높아지고 노동량이 줄어들었으나 일을 했던 것들은 습관이 되고, 몸에 스며들어 새로운 일을 찾아서 끊임없이 일해 왔다.

 

일이 습관이 되어 버린 고령자분들은 허리가 굽어지고, 다리가 휘는 등 거동이 불편하고, 본인의 몸을 가누기가 힘들고, 심지어 몸이 아파도 일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고령자분들도 계신다.

 

정원수 묘목을 재배해 왔던 지인의 아버지는 치매로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해 있을 때 나무에 물을 준다며 자줄 물을 뿌려서 요양소 직원들을 힘들게 했다는 말을 들었다. 평생 나무를 가꿔왔던 지인의 아버지는 물을 주는 것이 습관화되었고, 이것은 치매 행동에서도 나타나면서 물 주는 습관을 고치지 못한 채 고인이 되셨다.

 

요즘 농촌에서는 90세가 넘은 어르신분들도 일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가 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먹을 것이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일을 안 해도 생활에 문제가 없고, 일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닌데도 힘겹게 일을 하면서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자식들이 제발 일을 하지 말라고 당부를 해도 일을 하는 이유는 일하는 버릇이 몸에 스며들어 생각과는 달리 몸이 일에 먼저 반응하기 때문이다. 연령, 신체, 일의 강도 등을 생각하면 몸을 학대하는 수준인데도 일하지 않으면 허전하고, 불안해서 일을 끊지 못하는 분들이 의외도 많다.

 

일하지 않으면 먹는 것 조차 먹고 살기 힘든 세대의 어르신들에게 나타나는 ‘습관화되어 버린 일’에 대해서는 조사, 연구, 대책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을 안해도 될 만큼 잘사는데도 일만 한다며, 그것을 욕심으로 치부할 뿐, 그 원인 분석과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많아도 일을 안 해도 되게끔 치유하고, 놀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개인에 따른 차이는 있으나 일이 몸에 스며들고, 일이 습관화되어 버린 세대는 경제가 발전되고, 농사 일이 기계화가 되었어도 몸을 혹사하는 노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몸에 스며든 일 습관을 내몰아 내지 못하는 고령자분들에 대한 정책적, 학술적, 현실적 관심이 필요하다.

 

치유농업, 원예치료 등에서도 손길이 필요하다. 습관화되어 버린 일을 치유와 치료 프로그램 참여로 전환시켜서 점진적으로 일 중독과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한 심리에서 벗어나 편안한 노후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것이 몸을 혹사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우리나라 농촌을 부흥시킨 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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