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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텅 빈 시청 사무실, '검은 손'은 그 틈을 노렸다.
  • 기사등록 2024-06-19 13: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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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PG)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연합뉴스[전남인터넷신문]모두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 책상에 고이 넣어둔 상품권을 누군가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됐다면.


당신은 먼저 책상 이곳저곳을 뒤질 것이다. '어디에다 뒀지? 나이를 먹어서 내가 놓아둔 데를 착각했나?'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상품권이 안 보이면, 당신은 고개를 들어 우선 동료들을 살필 것이다.


의심은 의심의 싹을 틔우고 그 싹은 분노로 피어난다.


평소 '짠돌이 팀장'이 갑자기 회식을 제안한 게 수상하다. 뒷자리 동기가 새로 가방을 샀다면서 자랑하던 게 불현듯 떠오른다.


범인이 잡히기 전까진 사무실에 스멀스멀 드리운 불신의 먹구름이 걷히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전북 남원시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난달 3일 낮에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20대 공무원 A씨는 책상에 있던 지역사랑 상품권 34장(1만∼10만원권)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


한순간에 100만원 넘는 상품권을 잃어버린 A씨는 '믿었던 동료를 의심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한동안 속앓이해야 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동료 공무원이 이번 일로 징계를 받거나 사무실 사람들이 서로 의심하는 상황이 생길까 두려웠다.


A씨는 긴 고민 끝에 이 사실을 주변에 털어놨고, 동료 공무원들은 상품권의 일련번호를 통해 범인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허사에 그쳤다.


그때 경찰이 사건 발생 12일 만에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경찰은 시청 내 폐쇄회로(CC)TV를 샅샅이 훑어 수상한 중년 남성이 점심 무렵 빈 사무실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이후 CCTV를 역추적해 이 남성이 렌터카를 타고 시청 주변을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도 확인했다.


경찰은 렌터카 업체를 조사한 끝에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고 지난 10일 순창군의 한 주택 앞에서 B(58)씨를 붙잡았다.


체포 당시 B씨는 훔친 상품권을 식료품 구입 등으로 모두 써버린 상태였다.


조사 결과 그는 남원시청 외에 익산 함열농업기술센터, 전남 담양군청 사무실에도 침입해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익산에서는 현금이나 상품권이 없어 물티슈만 갖고 왔고, 담양에서는 130만원 상당의 현금 등을 훔쳤다.


B씨는 공무원들이 식사하러 외출하는 점심때는 공공기관의 외부인 출입 통제가 느슨하다는 점을 노렸다.


그는 이번 범행 외에도 10여건의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원경찰서는 조사를 마치고 절도 혐의로 구속된 B씨를 지난 17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혹시나 징계받을까 봐 신고를 꺼렸던 피해자를 설득해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면서 "시청사와 주변에 설치된 CCTV가 범인 추적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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