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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양파 이어 배까지" 잦은 봄비에 배 흑성병 유행 - 이상기후로 전남 810㏊ 발병 ,"예방책 없어 보험적용 돼야"
  • 기사등록 2024-06-16 09: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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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울리는 배 흑성병' : 연합뉴스[전남인터넷신문]"쭈글쭈글 거무튀튀하게 변해버린 배를 누가 사 먹고 싶겠어요. 올여름에는 기록적인 폭우·폭염 소식도 예보됐던데 더 걱정이에요."


지난 14일 낮 전남 나주시 왕곡면 한 배 과수원에서 만난 농부 원모(68) 씨는 흑색의 얼룩무늬로 잠식해가는 배를 바라보고선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30여년 전 이곳으로 귀농해 지역 대학교 석사 학위까지 취득한 배 전문가였지만, 이상 기후로 발생하는 병충해인 흑성병에는 손쓸 재간이 없다고 했다.


해마다 일부 배나무에서 흑성병이 생기긴 했어도 2.3㏊ 규모 과수원 중 절반가량이 흑성병 피해를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전염성은 거의 없지만, 같은 가지에서 자라나는 배에 옮을까 싶어 선별 작업을 하던 그는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흑성병 배를 줄기에서 떼며 과수원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던 원씨는 "흑성병은 예방할 수 없는 방법이 없어 농부들 사이에서 '신의 재앙'이라고 부른다"고 토로했다.


흑성병은 배나무에서 꽃잎이 개화하는 4월 초부터 가지에서 배가 자라나기 시작하는 5월 사이 과한 습도로 인해 발생하는데, 이 기간 비가 오면 꼼짝없이 흑성병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나마 고안해낸 대응책이 식물보호제를 분무기로 허공에 살포해 배 표면에 옅은 막을 씌우는 것인데, 이마저도 근본적인 예방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원씨는 "비가 내리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 말고는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피해 농가에 사후 지원해주거나 병해충 보험으로 구제해주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다"고 주장했다.


올해 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배 흑성병 피해 면적은 나주 680㏊·영암 130㏊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거무튀튀 변해버린 배''거무튀튀 변해버린 배' : 연합뉴스

지난 5월 전남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돼 예년 대비 많은 비가 많이 내렸고, 이 때문에 습기를 머금은 배나무에서 흑성병이 발병한 것으로 전남도는 추정 중이다.


배뿐만이 아니라 도내 마늘·양파 농가에서도 봄철 장맛비 피해가 발생했는데, 마늘 농가의 54.2%가 2차 생장 현상인 '벌마늘' 피해를 봤고, 양파 농가의 45.4%는 생육 불량을 겪는다고 전남도에 신고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자 전남도는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을 농민들에게 유도하고 있다.


배 흑성병의 경우 농작물재해보험 병해충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정부에 보험 적용 대상 추가 건의를 논의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16일 "안전한 영농을 위해서는 농작물 재해보험이 필요하다"며 "농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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