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보성군에서는 지난 5월 4일부터 6일까지 제26회 서편제보성소리축제 전국판소리 고수 경연대회가 개최되었다. 1998년 제1회 축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천하제일 명창무대, 전국판소리경연대회, 판소리 성지순례, 판소리 한 대목 배우기 등의 다채로운 행사를 펼쳐온 서편제보성소리축제는 전통과 역할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고, 남도의 자랑거리이다.

서편제는 슬픈 계면조의 노래로 동편제에 비해 기교가 많아 장단의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리다. 보성은 이 서편제와 근대 판소리의 성지이다. 서편제에서 갈라진 강산제(岡山制)를 창시한 보성 서편제의 비조인 박유전(朴裕全)과 보성소리를 만든 정응민 등을 탄생시킨 명창의 고향이기도 하다.

‘서편제 보성소리’는 서편제라 하여 전라도 서쪽지역(광주·보성·나주·고창 등)에서 전승되는 서편제의 분파로, ‘강산(보성소리)’라 칭하기도 하므로 서편제보성소리축제는 보성의 소리 자원을 되새기게 하고, 지역민의 자부심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아쉬움도 없지 않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우수한 자원인데도 소리를 지역 산업과 연계를 시켜서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대표적인 것이 보성 소리 못지 않게 보성을 대표하는 녹차와의 연계에 의한 시너지 효과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녹차와 소리는 관련성이 적은 것 같으나 식물의 재배와 차를 마실 때 소리는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의 재배와 관련해서는 ‘음파 재배’라는 농법이 있다. “특정 음악을 들려주면 식물이 잘 자라고, 젖소는 우유가 잘 나오고, 닭은 계란을 잘 낳는다.”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식물에 음악을 들려주면 식물이 알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소리의 진동에 의해 식물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식물은 진동 등 자극을 많이 주면 에틸렌이 생성된다. 이 에틸렌이란 물질은 식물의 항스트레스 물질이다. 충해가 있거나 비바람으로 아프면 식물은 에틸렌을 생산을 증가시키고, 에틸렌에 의해 내병성, 항산화성, 고온 내성, 저온 내성이 증가한다.

에틸렌에 의해 만들어진 내병성, 항산화 등의 물질은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s)이다. 파이토케미컬은 쓴맛과 떫은 맛 성분이다. 레드 와인에 들어있는 폴리페놀, 차 카테킨도 파이토케미컬에 해당된다. 파이토케미컬은 곤충에게는 독이지만 인간 등 대형 포유류에게는 반대로 건강 성분이다.

식물은 자극에 의해 파이토케미컬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건강해진다. 자극에는 접촉이나 진동이 있는데 진동 영역은 매우 넓다. 그러므로 서편제 판소리를 녹차에 들려주면 파이토케미컬이 증가될 수 있고, 세편제 녹차로 브랜드화할 수가 있다. 파이토케미컬의 변화가 미미할지라도 서편제 녹차를 통해 보성의 소리를 듣고 자라는 녹차를 연상하고, 보성의 소리에 대해 알게 되는 효과가 있다.

차의 재배 시에 소리를 이용해서 브랜드한 것에는 일본의 경우 '모차르트의 차'와 '쇼팽의 차'가 있다. 이 차는 일본 시즈오카시에 있는 농가가 봄에 차의 새싹이 나와서 수확할 때까지 매일 녹차에게 모차르트와 쇼팽의 곡을 들려주면서 키워서 채취한 차이다. 패키지의 QR코드를 읽는 것에 의해 각각의 차 생산자의 얼굴, 생산지 등의 영상을 실제로 볼 수 있다.

모차르트와 쇼팽의 곡이 어떻게 차 맛에 반영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음악을 듣고 자라는 차밭을 생각하면 우아한 기분이 될 것 같고,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 보성에서 서편제를 들려주면서 녹차를 재배하여 제조한 녹차 또한 서편제 녹차로 브랜드화하면 세계 유일의 귀중한 보성녹차로 화제성과 상품성이라는 효과를 거두지 않을까? 보성 서편제와 보성 녹차라는 자원을 융합하거나 다른 지역 산업과 연계시켜서 그 가치를 최대한 끌여 올려서 지역 발전에 활용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