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 별세…"인권수호 염원" 추모(종합2보)
'6월 항쟁 도화선' 막내아들 곁으로…향년 91세
열사 아버지 故박정기씨와 30여년간 민주화운동 헌신
[전남인터넷신문]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씨가 1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
박종철기념사업회와 유족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오전 5시 20분께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요양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정씨는 박 열사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박정기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등진 후 부산의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 서울로 올라와 요양병원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열사의 형인 종부(66)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머니가 특별한 유언 없이 빙긋이 웃으시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며 "아들 옆으로 간다고 생각하셔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그러나 이후 공안당국의 조직적인 사건·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1987년 2월 7일 시민사회 주도로 진행된 국민추도대회에 참석하려다 경찰에 의해 가로막힌 정씨는 부산 사리암에서 박 열사 누나 박은숙씨와 추도 타종을 했다.
아들과 동생을 잃은 슬픔과 통분을 삼킨 채 울부짖으며 종을 치는 모녀의 모습은 사진으로 남아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아들의 유해를 임진강에 뿌리며 "종철아, 잘 가거래이, 아부지는 아무런 할 말이 없데이"라는 말을 남긴 아버지 박정기씨는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를 이끌며 정씨와 함께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2000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데도 박씨 부부의 노력이 컸다. 당시 그를 비롯한 유가협 회원들은 고령의 몸을 이끌고 두 법의 통과를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농성을 벌였다.
박씨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6·10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에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와 함께 민주화운동의 공으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다.
2018년 3월 20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요양원에 있던 박씨를 찾아가 31년 만에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박씨는 사과를 받은 지 4개월여 뒤인 2018년 7월 28일 아들 곁으로 떠났다.
국가 폭력의 상징이었던 남영동 대공분실은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새로 조성될 예정이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측은 이날 "(정씨는) 막내아들 사망 이후 가족들과 함께 아들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애쓰셨고, 이후 남영동 대공분실이 인권의 메카로 거듭나기를 염원해 오셨다"고 전했다.
사업회 측이 마련한 온라인 추모관에는 '아버님, 아드님 곁에서 영면과 영생을 기원합니다', '이제 막내 곁에서 편히 쉬세요'라는 애도의 글이 달렸다.
빈소는 서울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박 열사의 형 종부(66)씨와 누나 은숙(62)씨가 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고인의 유해는 서울시립승화원을 거쳐 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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