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 벼 수확을 앞두고 있다. 과거에는 이맘때쯤이면 덜 여문 벼를 일부 베어 내어 벼 홀태로 탈곡한 후 쪘다.
그다음 건조하고 나서 절구에서 찧어 키로 쳐 껍질을 걷어낸 다음 간식으로 먹었다. 전남에서는 이것을 올게쌀, 올개쌀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렀던 올벼쌀이다.
올벼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쌀의 식문화가 발달한 아시아 지역, 특히 동남아 지역과 인도 등지에서는 유사한 방식으로 제조했던 오랜 전통이 있다. 이 찐쌀은 도정 중에 쌀이 잘 부서지지 않아 도정에 따른 싸라기 발생이 적고, 쌀의 병충해 방지와 저장성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조리가 쉽고, 겨층에 있는 비타민 비 원(B1)이나 그 밖의 수용성 물질이 배젖으로 이동하여 영양학적으로 우수하다.
세계적인 쌀 수출국인 인도에서는 올벼쌀에 해당되는 찐쌀을 여전히 수출하고 있다. 인도에서 수출되는 쌀의 유형에는 싸라기 또는 파쇄쌀(broken rice), 도정하지 않은 벼(paddy rice), 현미(brown rice), 백미(white rice), 파보일드 쌀(parboiled rice)이 있다.
이중 파보일드 쌀(parboiled rice)이 찐쌀에 올벼쌀에 해당된다. 파보일드라는 명칭은 조금 삶는다는 의미의 parboil(파보일드)이라는 단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벼를 물에 담갔다가 가볍게 찌고 건조시킨 후에 벼를 도정한 쌀이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는 파보일드 쌀 제조의 최적 조건을 연구하여 특허를 출원했다. 그 내용은 벼를 65℃의 물에 4시간 불려 100℃에서 40분간 찐 다음, 건조해 수분함량을 14% 정도로 만든 뒤 10분도로 도정하는 것이다. 위 방법으로 만든 파보일드 쌀은 일반 쌀보다 비타민B1은 약 2.3배, 아미노산은 1.2∼1.6배, 무기질은 1.4∼4.8배 많다고 한다.
올벼쌀류는 이처럼 전통과 다양한 문화 그리고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상업적으로 생산되고 있어 과거에 소량의 벼를 채취하여 간식으로 만들어 먹었던 문화에서 진일보 했다. 현재 대형 마트나 농협하나로마트 등에는 올벼쌀이 판매되고 있어 여전히 간식용 소비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또한 남해안 지역의 낚시꾼 사이에서도 인기 간식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그런데 전남 동부지역 바닷가에서 낚시꾼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올벼쌀 중에는 일명 커피 올게쌀이라는 것이 있다. 약간 검은 색을 띠고 있어서 흑미로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커피향이 난다. 이것은 낚시꾼을 상대로 장사를 하시는 분이 올게쌀을 만드는 과정에서 쌀에 커피를 흡수시켜서 만든 것으로 낚시꾼들이 올게쌀을 씹으면서 커피 향을 맡고 졸음을 방지하도록 개발한 것이다.
이것은 올게쌀과 같은 농산물이 과거와는 다른 수요와 용도에 대응해 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옛날 방식은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변하고 대응하면 시장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빠른 시대 변화와 함께 소실되고 있는 농업문화와 상품 중에도 여전히 쓸모 있는 것인데도 없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개발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3. 세계 쌀 무역의 교훈. 전남인터넷신문 농업칼럼(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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