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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꽃 부케 든 필리핀 신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2-03 07: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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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필리핀항공 승무원이 중동에서 필리핀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양파 봉지를 밀반입하려다 마닐라 공항에서 적발됐다. 필리핀의 한 신부는 신부 부케에 일반 꽃 대신 매우 고급스러운 채소가 된 양파의 꽃을 사용했다.

 

결혼 선물로 양파를 주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온라인에서는 “양파가 초콜릿이나 기념품을 대신하는 최고의 선물이다”라는 우스개 글들이 퍼지고 있다. 필리핀에서 양파가격이 비싸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필리핀 시장에서는 현재 양파가 닭고기보다 거의 3배, 쇠고기보다 25% 더 비싸다. 필리핀 사람들은 양파를 이제 금에 비유하고 있다. “요리에 양파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매우 부자이거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다”라는 농담이 온라인에 넘쳐나고 있다.

 

필리핀에서 양파는 저렴해 가난한 사람들조차 풍족하게 이용하는 채소인데, 현재 가격은 보잘것 없는 양파 1kg에 600필리핀 페소(10유로)로 필리핀의 하루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다. 양파 1개의 무게가 150-200g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내내 일해도 양파 5-7개 밖에 살 수 없는 실정이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인 1인당 연간 평균 양파 섭취량은 2.34kg이다. 필리핀에서 생산되는 양파의 양을 계산하면 이론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다. 필리핀은 열대 기후이고 비가 자주 내려 양파 재배는 1년에 한 번만 수확할 수 없는 환경이지만 이번과 같은 양파 파동은 처음이다.

 

필리핀에서 양파 파동이 일어난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우선, 2022년 일련의 태풍의 피해로 농작물 생산이 크게 감소됐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되고 명절과 성탄절이 재개되면서 양파 수요가 급증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으로 인한 식량, 연료, 비료의 공급망에 문제가 생겨 가격이 올랐고, 14년 만에 최악이 된 필리핀의 인플레이션도 작용했다. 양파 부족이 임박하기 전에 수입하지 못한 것도 한 이유라는 주장도 있다.

 

필리핀에서 양파는 식량 위기의 대표적인 상징이 되었고, 4개월 동안 가격이 4배 이상 뛰었다. 양파가격이 뛰자 ‘양파 수도’로 알려진 북부의 봉가본(Bongabon) 지역의 농가들은 미성숙한 양파를 수확하기 바쁘다. 아직 덜 자란 양파조차도 높은 가격인데, 이것들이 마닐라의 슈퍼마켓 진열대에 진열되었을 때는 가격이 3배 이상 뛰는 현상이 흔히 나타나고 있다.

 

양파가 이렇게 비싸고 품귀 현상이 일어나자 음식에서 양파를 빼는 경우가 많아졌다. 해외에서 필리핀으로 입국할 때도 다른 상품 속에 넣어서 밀반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정부 관리들은 여행객들에게 양파를 국내로 수입하거나 밀수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밀수가 계속되어 필리핀 세관에서는 최근 체포된 의류 선적물에 은폐된 31만 달러 상당의 흰 양파를 압수했다. 몇일 전에는 과자 상자에 숨겨져 있던 중국산 적양파 36만4000달러도 찾아서 압수했다. 

 

압수된 양파는 정부에서 합법적으로 판매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또 필리핀 정부는 수요를 충족시키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임시 해결책’으로 22,000톤의 양파를 수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필리핀에서 유례없이 치솟은 양파가격은 수입에 의해 진정될 것으로 보이나 민심이 떠나고 있다. 양파가격이 예전으로 돌아와도 양파꽃을 신부부케로 삼아 촬영한 사진은 남아서 지금의 양파 파동을 기억하고 증명할 것이다. 국내 농업에서는 필리핀의 양파 파동을 타산지석 삼아서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자료 출처

The France 24 Observers. 2023. Soaring prices and smuggling: The Philippines are in an ‘onion crisis’. 26/0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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