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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과 당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1-26 07: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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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전남의 여러 지역이 한파와 폭설에 휩싸였다.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인해 농가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폭설이 농가에 큰 도움이 됐다는 소식이 없는 가운데, 폭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는 일본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의 농민들이 자연환경을 유리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눈이 많이 내리거나 겨울 온도가 매우 낮은 일본 북부지역의 농민들은 기후 특성을 긍정적으로 이용한다. 온도차가 큰 나가노현(長野県)에서는 겨울철에 다양한 농산물을 옥외에서 매달아 동결 보존하는 전통적인 식문화가 있다. 매달아 놓은 농산물은 매우 낮은 밤 온도와 낮의 따뜻한 햇살에 의해 동결·해동·건조를 반복하는 것에 의해 저장성이 좋아지고, 깊은 맛으로 바뀐다.

 

얼음 두부처럼 두부를 만든 다음 얼린 두부를 판매하거나 채소를 수확하지 않고 월동시키면서 저온에 의해 단맛이 증가된 것을 수확해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한 지혜의 산물 중의 하나가 눈 속(雪中)의 당근이다. 눈 아래(雪下) 당근이라고도 하는 이 당근은 맛 좋기도 유명하다.

 

눈 속의 당근 산지는 많다. 그중의 한 곳인 야마가타현(山形県) 쓰키야마(月山) 고원(高原)은 겨울에 눈이 3m 이상 쌓인다. 이곳의 당근 산지에서는 전년 가을에 수확할 수 있는 상태의 당근을 수확하지 않고 일부러 2m 이상의 눈 아래에 두었다가 월동 후 수확한다.

 

산간지의 눈이 많이 내린 지역에서 월동 채소를 눈 속에 두는 것은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보존 방법이다. 당근 또한 강설 직전에 생산되는 것을 수확하지 않고 3m 이상의 쌓인 눈 아래에 두었다가 봄부터 수확해서 신선한 것을 먹는다. ‘눈(雪) 당근’이라고도 불리는데, 눈 아래에서 휴면함으로써 단맛이 증가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된다.

 

‘눈 당근’은 강설기인 11월 후반부터 봄 3월 중순 또는 4월경까지 눈 속에서 동면시키면서 숙성하는 것에 의해 당근 특유의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 당도는 보통 당근에 비해 2도 정도 높아진다. 눈 속에서는 냉장고와 달리 외기가 마이너스 10℃가 되어도 얼지 않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습도가 높다.

 

눈 속에서 저장된 당근은 수분이 많고, 식감도 바삭바삭하며, 씹기가 좋아져 샐러드와 생주스 등의 생식에 알맞다.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눈 속의 당근을 먹어 본 후에는 당근을 먹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만큼 맛있다.

 

눈 아래에서 월동한 당근의 단맛과 감칠맛이 나게 하는 성분인 아스파르트산, 글리신, 세린 등의 아미노산의 함유량은 월동기간에 크게 증가한다. 또한 눈 속에서 월동한 당근에는 풍부한 향기 성분의 카리오필렌(caryophyllene)도 증가해 당근을 맛있게 만든다. 

 

일본에서 눈 속의 당근은 많은 농장에서 생산되어 높은 가격에 유통되고 있다. 농가 외에 스키장, 체험농장 등에서 체험이나 이벤트를 목적으로 당근을 눈 속에서 월동시키면서 체험과 이벤트, 관광에 활용하기도 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일본의 북부지역 농가들이 추운 겨울과 폭설이라는 단점을 농산물의 저장과 맛을 증가시키는데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기록적인 한파와 폭설로 쓸 곳이 있을 것이다. 하여 농가에서는 농산물의 출하, 저장, 스토리와 결부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한파와 폭설의 활용법을 찾아서 쓸모있게 만들고, 성과를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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