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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맛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3-01-11 07: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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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음식 관광(飮食觀光)이 뜨고 있다. 음식을 구경하거나 즐기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관광객이 늘어 남에 따라 전남의 여러 지자체에서는 지역의 음식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음식 전담 과와 팀을 만들어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지역 전통 음식 자원의 발굴과 레시피 작성에 대한 용역을 실시하고, 모범식당을 선정한 후 지원책을 실시하는 지자체도 있다.

 

지자체의 노력은 위와 같이 다양하고 많은 것 같은데, 그 성과가 확연하게 드러나거나 우수 사례 지역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그것은 관이 주도할 때 내용보다는 구호에 집중함으로써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관 주도의 경우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구상적이지 못하고, 담당자가 자주 바뀌며, 탄력성이 없는 정책 등 많고 많다. 그중에서 특히 지역의 특정 음식이나 음식의 「숨겨진 맛」을 찾지 못하거나,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숨겨진 맛은 좁은 의미에서는 미각이나 후각을 만족시키는 포인트가 되는 조미료나 향신료의 사용에 의해 나타나는 맛이다. 보다 넓은 의미로는 보이지 않는 요리 기술, 조리기술 등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숨겨진 맛, 음식을 먹는 곳의 분위기, 심지어 서비스까지 포함시킬 수가 있다.

 

숨겨진 맛은 그 뜻이 어느 것이든 눈에 띄지 않고, 메인은 아니지만 전체를 결정할 정도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나물을 무친 후 참깨와 참기름을 첨가하여 고소한 맛으로 풋내를 눌러 마무리한 것과 그렇게 하지 않은 것과의 맛 차이는 크다. 참깨를 첨가할 때도 그냥 넣는 것과 참깨를 살짝 으깨어 넣는 것 간에도 맛과 향에 차이가 있다. 김치찌개를 끓일 때 온도와 김치는 넣는 시점도 맛에 영향을 미치면서 숨겨진 맛이 된다.

 

음식에 소주를 첨가하는 것에 의해 잡맛을 없애는 것도 숨겨진 맛과 관련이 있다. 요리 시 눈에 띄지 않는 정도로 극히 소량의 조미료를 첨가해서 전체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조리법 또한 숨겨진 맛과 관련성이 크다.

 

음식을 조리할 때 재료의 신선도에 따라 맛에 차이가 생기는 것도 많다. 지역 전통 음식의 경우 오랫동안 이용되면서 노하우가 쌓여 최적의 경험적 레시피가 만들어진 것들도 있다. 이들 레시피는 문헌화되지는 않았으나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 간에 최상의 궁합이 맞춰진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식재료 유통의 광역화, 국제화로 인해 지역 특유의 음식 재료들이 소외되면서 개성없는 음식이 등장되고, 숨겨진 맛을 볼 수 없는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명절 등에 농수산물이 풍부한 전남의 고향을 찾아서 음식을 먹어 보면 소박한 요리재료를 사용하고, 양념을 많이 안 했어도 맛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숨겨진 맛을 최대한 활용했거나 숨겨진 맛을 찾아내 느끼기 때문이다. 숨겨진 맛은 겉으로 화려하게 나타나지 않고, 개성을 가지면서 홍보를 하지 않아도 맛을 본 사람들이 다시 방문하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전남의 각 지자체에서 음식 관광에 성공하려면 이 숨겨진 맛을 찾아내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지역 농수산물과 음식문화의 관련성, 지역의 분위기, 스토리텔링 등 지역 자원이 지역 음식의 형성과 맛에 미친 영향을 찾아내고 활용하는 것은 숨겨진 맛을 더해 매력도를 높이게 된다.

 

전남의 공기와 바람, 땅은 전남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을 더욱 맛있게 만들고 전남의 음식답게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들은 보이지 않으나 숨겨진 맛을 찾아내어 활용할수록 전남의 농수산물은 가치를 발휘하게 되고, 지역의 음식 문화와 관광도 살게 된다. 각 지자체에서 맛집 육성과 음식 관광에 성공하려면 이 숨겨진 맛을 찾아내어 최대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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