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나주에서 고깃집으로 유명하다는 식당에 가면 차림표에 육전이라는 것이 있다. 이 육전은 우둔이나 홍두깨살 등을 얇게 저며서 칼집을 고루 낸 다음 간장, 다진 파와 마늘, 참기름, 깨소금 등을 혼합한 양념으로 밑간을 한 다음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힌 것으로 미식가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음식이다.
육전은 나주뿐만 아니라 광주도 유명하다. 광주광역시는 2005년에 김치ㆍ무등산보리밥ㆍ송정떡갈비ㆍ오리탕ㆍ계절 한정식을 광주 5미(味)로 선정하였다. 2019년에는 기존의 5미에서 김치를 빼고 새로이 상추튀김ㆍ육전ㆍ주먹밥을 추가하여 광주 7미(味)를 선정했다. 광주 7미 중의 하나가 육전이며, 육전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성업 중이다.
호남선을 타고 광주와 장성을 거쳐 도착하는 정읍에서도 육전은 사랑받는 음식으로 쉽게 먹을 수 있다. 육전을 냉면에 곁들여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있고, 포장 판매하는 곳도 있다. 나주와 광주 등 주로 호남선 권역에서 조리와 식용문화가 눈에 띄게 발달한 육전 및 고기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1800년대 초엽이나 중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규곤요람(閨壺要覽)』, 1800년대 말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저자 미상의 『이씨음식법(李氏飮食法)』, 1924년에 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등에는 육전 및 고기전이 서술되어 있다. 19세기 실학자 정약용이 저술한 『상의절요(喪儀節要)』에도 육전은 어전과 함께 제물(祭物)로 소개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육전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특정 지역의 음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특히 호남선권에서 육전의 조리와 식용문화가 발달된 것은 평야 지대와 함께 소의 사육이 많아 좋은 재료 공급이 용이했고, 곡식과 육류 생산이 많은 부유한 환경이 육전을 즐겨 먹는 식문화를 발달시켰을 것이다.
전라선 지역에서 육전 문화는 호남선 지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빈약하다. 대신 전라선의 방앗잎전 문화는 호남선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되어 있다. 여수, 순천, 광양, 구례, 곡성, 남원 등의 전라선에서 방앗잎으로 불리는 배초향은 매운탕 등 다양한 음식에 사용된다. 특히 방앗잎전은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생활 속에서 많이 이용되는 식문화로써 존재감이 크다.
방앗잎은 전라선 지역의 시골집이나 밭 가에는 필수적으로 식재되어 있다. 전통시장과 오일장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여러 음식에 자주 이용된다. 호남선 지역에서는 그런 방앗잎에 대해 경상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향신료이며, 방앗잎이 사용된 음식은 경상도 음식이라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방앗잎은 경상도 지역에서도 많이 사용되나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전라도의 토산물로 기록되어 있다.
생약명으로 곽향(藿香)인 방앗잎은 『조선왕조실록』뿐만 아니라 『승정원일기』, 『일성록』에도 자주 기록되어 있는데, 전라도 외에 일본과 중국에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에서 방앗잎을 약재로만 사용해 온 것과는 달리 음식에 많이 사용해 온 전통이 있다.
영어 이름조차 코리언민트(Korean mint)로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방앗잎은 조선 시대 때 전라도의 토산물이었다는 점, 현재도 전라선권에서 식용문화가 왕성하다는 점에서 전라선의 방앗잎전의 식용문화는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전라선에서 오랜 역사를 지니며 대중화가 되어 있는 방앗잎전의 조리와 식용문화는 현재까지도 호남선 지역으로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호남선의 육전 식용문화 또한 전라선의 방앗잎전처럼 전라선 지역에서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육전과 방앗잎전의 이러한 식문화 특성은 지역의 개성과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다른 지역 식객을 불러들일 수 있는 문화 자원적 가치를 지니므로, 해당 지역에서는 그 가치를 주목 및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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