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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황칠과 나주 황칠곰탕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9-26 0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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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곰탕으로 유명한 나주의 곰탕 거리에 있는 곰탕 전문점 한 곳에서 황칠곰탕을 출시했다. 황칠곰탕은 곰탕에 황칠나무 성분을 추가한 것이다.

 

황칠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상록활엽교목으로 동아시아와 남미, 말레이반도 등지에 약 70여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전남과 경남의 도서 지역과 제주지역에 1종류가 분포돼 자라고 있는데 전남이 최대 산지이다.

 

노란옻나무로도 불리는 황칠나무의 수액은 황칠이라 한다. 황칠은 음력 6월에 칼로 황칠나무 줄기 표피에 금을 그어서 수액이 나오게 나오게 하여 채취한다. 옻칠이 검은 데 비해 황칠은 황금색이고, 내구성, 내열성, 방충성이 옻칠보다 훨씬 뛰어나 아주 귀한 도료이다.

 

황칠나무는 도료 채취용뿐만 아니라 왕실의 건강식품으로 쓰일 만큼 귀한 약재로 이용되었는데, 간 기능개선, 혈액순환 촉진작용, 면역력 증진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료와 약재로 우수하나 생산량이 극히 적어 매우 귀하고 제한적으로 사용되어 온 황칠은 나주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1123년에 사절로 한 달 동안 고려를 방문했던 송나라 문신 서긍(徐兢, 1091-1153)이 지은 책인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23권에는“나주(羅州)에서는 백부자(白附子), 황칠(黃漆)이 나는데 모두 조공품(土貢)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 기록은 당시 나주목 관할인 완도, 대흑산도, 어청도가 황칠나무의 자생지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황칠은 나주에서 제작된 공예품 유물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가 있다. 조선 시대 나주에서 만들어진 부채로 대영박물관에 소장돼있는 황선(黃扇) 등 유물과 나주 부채에 황칠이 사용된 전통이 있다. 특히 나주 이씨목방 후손 집에는 지금도 황칠을 한 가구와 다수의 목물(木物)이 전해지고 있다.

 

이씨목방은 나주반으로 유명했던 곳으로 일제 강점기의 미술평론가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悦)가 1937년에 쓴 전라기행(全羅紀行)에 소개되어 있다.

 

‘전라기행’에는 “번영했다는 상 업자는 이제 거의 끊어지고 말았다. 동네에 나가 나주반(羅州盤)을 구하려 해도 파는 가게는 더 이상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석규(李錫奎)라고 부르는 한 사람의 명공(名工)이 살아 있다. 안내를 받고 그 공방을 찾았다. 이미 노인이었다. 그 아들과 제자들이 일을 도와 주문을 받았다. 완성된 것을 보면 모양에 군더더기가 없고, 칠(漆)도 정직하여 일에 빈틈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다른 것보다 값은 비싸다. 해석에 따라서는 물건이 좋은 만큼 싸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곳의 나주반을 많이 주문했다. 이 노공(老公)에게 부탁할 기회도 당분간 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없어지면 일을 이을 사람은 끊이지 않을까? 싸구려에 밀려 좋은 물건을 주문할 사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 집에서 쓰던 아름다운 쇠붙이가 달린 장롱에 마음이 끌렸다. 같은 것을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그러나 노공은 승낙하지 않았다. 지금은 마음에 드는 재료를 구할 수 없으므로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풍족하지도 않은 그가 이 값진 물건의 주문을 단호히 거절하는 마음에 우리는 일격을 당했다. 노인의 수명에 축복을 빌었다.”라는 내용이 있다.

 

나주 황칠곰탕을 출시한 전문점은 야나기 무네요시의 전라기행에 소개된 이석규라는 명공(名工)의 손자 분이 운영하는 곰탕 전문점이다. 이 곰탕 전문점의 2층에는 먹감나무 재질에 황칠이 된 장롱이 있다. 그 장롱은 이석규라는 분이 만들었으며, 제작 시기 등을 고려해볼 때 야나기 무네요시가 탐냈던 그 장롱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석규라는 명공(名工)의 손자분은 그 황칠장롱에서 황칠곰탕을 고안하고 출시해 선대의 황칠공예 전통을 음식이라는 형태로 되살려 전승하고 있다. 명공(名工)의 나주반(羅州盤)은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小盤匠) 기능보유자인 김춘식 선생이 대를 잇고 있다. 나주 황칠곰탕과 나주반은 이처럼 나주의 전통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으며, 황칠곰탕은 나주 황칠 전통에 기반한 새로운 나주밥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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