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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인 유형 농업의 사각지대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9-06 08: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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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마켓 인(Market-In)’ 유형 농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마켓 인’이란 시장(고객)의 입장에 다가가면서 시장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제공해 나가는 자세이다. 즉, 미리 시장의 요구를 조사한 다음 이에 따른 제품을 개발·제공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마켓 인과 대치되는 용어에는 ‘제품 아웃(product out)’이 있다. 제품 아웃은 기업이 만들고 싶은 물건이나, 기업의 방침에 합치하는 물건 등을 중시하면서 제품의 개발·제공을 실시하는 것이다. 즉, 마켓 인은 「팔리는 물건을 만든다」라고 하는 생각이, 제품 아웃은 「좋은 물건이면 팔린다」라는 사고방식이 근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켓 인과 제품 아웃은 “어느 쪽이 좋고 어느 쪽이 안 좋다”라고 일괄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운 가운데, 농업에서는 최근 기존의 ‘제품 아웃’형 농업에서 ‘마켓 인’ 유형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마켓 인 유형의 농업 성장 배경에는 식생활의 변화, 외식의 증가 및 음식 관련 체인점의 증가에 따른 특정 품목의 수요가 증가와 함께 업무용 및 가공용 수요 증가, 농업의 규모화, 현대화된 유통 시스템의 발달이 있다.

 

마켓 인 수요 농산물은 적절한 품질과 규격, 안정적인 공급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거래가격이 극단적으로 낮은 단점이 있으나 공급량이 많은 장점이 있다. 농가의 조수입은 ‘판매가격 × 판매수량’으로 계산된다는 점에서 마진이 낮더라도 많은 양을 안정적으로 판매하면 조수입이 오르게 되므로 농가는 규모화로 대응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 마켓 인을 도입하면 시장의 요구를 파악한 후 제품을 개발·제공하므로 매출을 예측하기 쉽고, 그에 따른 향후의 사업 계획과 목표로 하는 고객 계층, 수요량을 예측할 수 있으므로 고객에 따라 정확한 마케팅 활동을 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마켓 인의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특히 채소 등의 작목에서는 기존의 제품 아웃 형에서 마켓 인 유형으로 전환이 되는 추세인데, 이에 따라 우려되는 점도 많다.

 

마켓 인 농산물의 특징은 상품의 차별화나 폭넓은 구색보다 오히려, 안정된 가격으로 많이 판매되는 품목 위주가 되기 쉽다. 이에 따라 품목의 선택은 물론 재배 시기나 품종도, 매장에서 잘 팔리는 것으로 되고, 손질과 포장이 쉬운 것 위주로 된다. 예를 들어 신안의 시금치는 맛이 좋으나 포복형으로 기계에 의해 비닐봉투에 포장하기 어렵고 유통이 불편하다는 점 때문에 맛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봉투에 담기에 좋고 유통이 쉬운 직립형 시금치가 선호될 수가 있다. 

 

마켓 인 유형의 농업이 지나치게 비대되면 위와 같이 다양성이 없어지게 된다. 그 결과 지역에 따라서도 특정의 기후에 맞는 품목의 재배가 용이함에도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게 된다. 지역 특산 요리와 입맛에 따른 특정 품목의 농산물이 선호되는데도 재료를 구입할 수 없게 되어 전통이 끊길 수도 있게 된다.

 

마켓 인 유형 농업은 성장은 시대적 추세이고, 농업의 규모화와 안정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으나 소농과 가족 경영이 많은 농가의 보호, 먹거리의 다양성, 전통 농경문화와 식문화의 전승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각지대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마켓 인 유형 농업의 장점을 살리고, 정책적으로 추진하더라도 그에 따른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 또한 필요한 것이 전남농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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