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인터넷신문]코로나19의 유행으로 관광업의 몰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물가 상승과 통화가치 하락 등의 영향으로 파산을 선언한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Gotabaya Rajapaksa) 대통령이 14일(현지 기준) 공식 사임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은 2019년 대선에서 10년 동안 유기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는 취임 후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에 부정적인 전문가와 과학자를 멀리하고, 유기농업 추진파들을 관료에 임용했다.
고타바야 대통령이 취임하고 몇 개월 후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스리랑카 관광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 2021년 초에는 스리랑카 정부의 예산과 외화보유고가 심각한 위기에 빠지자 고타바야 대통령은 그해 4월 전면적으로 “화학비료나 농약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선거 공약의 실현 외에 비료 구입비와 보조금 중단에 의한 지출 삭감이라는 목적도 있었다.
약 200만 명에 이르는 스리랑카 농부들은 충분한 전환 기간이 없었으며, 화학 비료를 대체할 유기 비료를 구하지 못했다. 그 결과 첫 6개월 만에 스리랑카의 주식인 쌀 수확량은 20% 감소했으며, 국내 가격이 50% 정도 급등했고, 4억 5,000만 달러 상당의 쌀을 수입하게 됐다.
차의 생산량 감소에 의한 경제적 손실이 4억 2,500만 달러에 달한 정도로 주요 수출 품목인 차, 고무, 코코넛 등의 수확량도 대폭 감소했다. 차와 고무는 1970년대에 스리랑카가 심각한 식량 부족에 처했을 때도 수확량이 많아 수출로 외화를 획득하였고, 식량을 타국으로부터 수입함으로써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에 큰 역할을 했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수출 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감소하자 2021년 11월에는 주요 수출 작물에 대해 화학비료의 사용을 부분적으로 인정했고, 2022년 2월에는 유기농업으로의 전환이 중단되었다.
스리랑카의 전면적인 유기농업 전환 정책은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만 안긴 채 실패했다. 그 이유는 농업의 열역학적 법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농업생산량은 농약·양분·토지·노동력·관개 등 농업 투입물에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인류는 끊임없이 경작토지 확대와 가축의 배설물로 만든 비료의 사용 증가에 의해 작물의 수확량을 늘려왔다. 그런데도 약 200년 전까지 세계 인구의 90%가 농업에 종사해야지만 인류의 식량이 해결될 정도였다.
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세기 초에 개발된 화학비료 덕분이다. 화학 비료는 전 세계 농업 생산성을 크게 높였고, 사람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80억 명이 살고 있는데, 이 중 40억 명분의 식량은 화학비료에 의한 수확량의 증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있다.
생산성이 높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업을 시행하고 있는 곳들은 대부분 화학비료를 구입할 여유조차 없는 빈곤국의 농가나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선진국의 농가이다. 선진국의 사람들에게 유기농 식품은 건강과 환경 보호가 결합된 옵션이지만, 여전히 세계 농업 생산의 1% 미만의 틈새시장에 불과하다.
대규모로 산업화된 농업 시스템에서는 일부 농가가 유기농업으로 이행하는 것은 에너지적으로 문제가 없으나 국가 차원에서 유기농업으로 이행할 경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기 비료의 조달도 쉽지가 않다. 스리랑카처럼 작은 섬나라에서는 유기 비료를 많이 생산할 정도로 충분한 토지가 없다는 점에서 유기비료의 충분한 공급이 어렵고, 생산 확대는 역설적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부작용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수년간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준비와 노력을 해오면서 농약과 화학 비료의 과도한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화학 비료의 의존도가 높다. 그런데도 스리랑카처럼 갑자기 전면적으로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스리랑카의 유기농업 실패는 농가의 삶에 중요하다고 증명된 오래된 도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친환경적인 도구를 점진적으로 주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다.
자료 출처
In Sri Lanka, Organic Farming Went Catastrophically Wrong(https://foreignpolicy.com/2022/03/05/sri-lanka-organic-farming-crisis/).
https://gigazine.net/news/20220714-sri-lankas-organic-farming-fai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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