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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문화 들춰보기: 나주배 천식고와 나주 배숙 문화 -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부학회장겸 학술지 편집위원장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7-06 08: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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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파낸 배[전남인터넷신문]나주는 근대 배의 상업적 과수원이 시작된 곳이자 최대의 배 산지라는 명성을 120년 가까이 지켜 오고 있다. 그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배의 재배, 유통 및 이용 과정에서 많은 문화를 만들어 왔는데, 나주에서 성행한 배숙 문화도 그중의 하나이다.

 

나주에서 배숙, 배중탕 등으로 불리어 왔던 것은 천식고에서 유래한다. 천식고는 기관지 천식 민간요법으로 배 속을 파낸 다음 죽력(대나무 기름), 꿀, 생강, 길경 등을 넣고, 황토로 감싸서 화로불이나 아궁이에 구어 낸 것이다.

 

과거 배가 흔했던 나주에서 천식고는 어느 가정 할 것 없이 대중적으로 이용되었는데, 이름은 주로 배숙으로 불리었다. 나주에서 자란 60세 이상의 시민들은 대부분 배숙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

 

2022년 3월 12일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에서 인터뷰한 유0자 씨는 “큰아들이 현재 48세인데, 아기 때 백일기침이 심해서 고생했다. 영산포 살 때 옆집 할머니가 가르쳐 준 방법으로 큰 배의 위를 자르고 아랫부분의 속을 파내고 개엿(노란색 엿)을 넣고 배 뚜껑을 덮었다. 그다음 창호지로 배를 감싸고, 진흙으로 둥글게 발랐다. 그다음 왕겨에 묻어 놓고 불을 붙였다. 그것을 먹여서 백일기침을 치료했다. 그때 사용한 배는 이마무라였는데 배가 엄청나게 컸었다.”라는 제보를 해주셨다.

 

2022년 3월 15일 나주시 죽림동 구 나주역 앞에서 인터뷰 한 이0유(1939년생) 씨는 “배숙은 배의 윗부분을 잘라서 뚜껑으로 썼다. 그리고 씨가 있는 깡치 부분을 파내고 꿀, 밤, 대추를 넣고 쪘다. 찌는 방법은 솥에 물을 넣고 그 위에 떡 찔 때 까는 깔판을 놓고, 그 위에 배를 올려놓고 쪘다.”라는 제보를 해주셨다.

 

2022년 3월 14일에 노안면 장동리 장림마을에서 인터뷰한 김0씨는 “배의 윗부분을 잘라내어 뚜껑으로 삼았고, 깡치(석세포) 부분을 파냈다. 배속을 많이 파내면 찐 다음에 쭈그려 들므로 조금만 파냈다. 파낸 곳의 1/3 정도를 꿀로 채웠다. 만드는 방법은 가마솥에 물을 조금 붓고 그 위에 떡 찔 때 사용하는 가래판(대나무로 엮은 다음 그 위에 삼베 천 등을 놓은 것으로 시루 밑 같은 것)을 놓았다.

 

그 가래판 위에 뚜껑을 닫은 배를 올려놓고 쪘다. 당시에 이마무라 배는 호박정도 했는데, 충분히 쪄지면 사각사각 한입씩 퍼먹으면 거짓말처럼 감기가 없어졌다. 애들이 어렸을 때 해주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꿀 대신 백설탕이나 핏엿을 넣어서 해 먹기도 했다. 핏엿은 약전 같은 것에 넣고 잘게 쪼개서 넣었다.”라는 제보를 해주셨다. 

 

2022년 3월 7일 나주시 금천면 신가리 배 과수원에서 인터뷰를 한 박0덕(1947년생)씨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배숙을 해주셨다. 배숙은 배의 윗부분을 잘라낸 다음 동그랗게 파내고 그 안에 생강과 도라지 넣고 윗부분에 잘라낸 배로 뚜껑을 닫았다. 이것을 옹기그릇에 넣고. 물을 부은 솥에 넣고 끓였다. 명칭은 배중탕이라고 했던 것 같다”라는 제보를 해주셨다.

 

2022년 3월 15일 나주시 죽림동 구나주역 앞에서 인터뷰 한 김0식(1936년생) 씨는 “옛날에 기침, 가래를 삭히는데 상비약은 배중탕이었다. 배중탕은 배의 윗부분을 잘라 뚜껑으로 삼고 아랫부분은 속을 파내고 꿀, 생강, 도라지를 넣은 다음 사기그릇에 담고, 이것을 물을 부은 솥에 넣고 이중탕을 했다”라는 제보를 해주셨다.

 

과거 나주에서는 이처럼 배의 속을 파낸 다음 꿀과 약재를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황토나 진흙을 발라 불에 굽는 방법, 배를 떡판에 올려놓고 떡을 찌듯 찌는 방법, 그릇에 넣고 이중탕을 하는 방법으로 만든 천식고가 호흡기 치료약으로 사용된 대중적인 문화가 존재했었다. 이것은 주로 배숙으로 불리었으며, 오늘날 배를 활용한 상품 개발의 스토리텔링 자원과 모티브가 되고 있다.

 

참고자료

허북구. 2022. 나주 배 지하 저장고의 유산, 나주 배즙. 전남인터넷신문 2022.07.05. 칼럼.

허북구 등. 2007. 전남 나주지역에서 배 추출물의 제조 및 판매 실태. 생명자원과학연구 29:19-31.

허북구, 박용서 등. 2009. 백운배의 화학성분과 생리활성 효과. 한국지역사회생활과학회지 20(4):549-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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