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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에서 옛 맛을 찾는 사람들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5-02 07: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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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터넷신문]최근 전통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식재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을 만나게 되었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분들은 상품을 판매하는 분들과 사는 분들 대부분이 고령자였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고령자분들 중에서는 젊은 층들이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것처럼 일부러 원하는 식재료를 찾아 나선 분들도 계셨다. 그분들이 젊은 층들과 차이가 있다면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 SNS, 소문 등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고 완성된 식품을 구매하는 것과는 달리 각각의 식재를 이용해본 경험에 의해 원하는 식재료를 사서 조리해 먹는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고령자분들이 머위나물을 해 먹는다면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머위를 구입하지 않고, 줄기가 가늘고 붉은색이 있는 것을 찾아서 구입한다. 보통 평야 지대나 재배한 머위는 줄기가 굵고, 짧으며 줄기 색에는 붉은색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나 산간지대에서 주야간의 온도차가 큰 곳에서 자란 머위는 줄기에 붉은색이 많으며, 특유의 향이 있고, 조리했을 때 맛이 좋다. 그 맛은 어르신들이 어렸을 때 또는 젊었을 때 먹어본 그 맛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부러 그러한 머위를 찾기 위해 오일장을 방문한다.

 

취나물 또한 많이 재배되고 유통되는 나물류인데, 전통시장에서는 산채한 것 또는 야생종을 황토에서 재배한 것들을 판매하는데, 이런 것들을 구입하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는 어르신들이 있다.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취나물은 대부분 비슷비슷하나 어르신들은 산채한 것, 야생종을 황토에서 재배한 것, 원예종을 대량 재배한 것에 대해 모양, 색깔 및 향을 통해 잘 구별하는 분들도 계신다. 

 

어르신들은 주로 산채한 취나물을 선호하는데, 산채 한 것들은 대부분 데쳐서 나물로 만들어 먹을 때 상큼 한 향이 강하고 맛이 좋다. 산채한 것과 원예종 등을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어르신들은 귀찮더라도 오일장을 방문해서 맛있는 취나물을 고르고 그것을 먹으면서 추억에 젖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에 젊은 층은 시중에서 대량으로 유통되는 것, 완성된 식품만을 먹다 보니 머위나 취나물 등의 음식재의 종류에 따른 다양한 맛을 잘 모른다. 즉 음식재의 맛에 대한 기억이나 스펙트럼이 다양하지 못하다.

 

젊은 층들은 특정 식물에 대해서는 용도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요즘 전남의 중서부의 전통시장에서는 떡쑥이 판매되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은 그 식물의 존재 자체는 물론 용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령자분들은 그 식물이 과거에 떡 재료로 고급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구입하기 위해 일부러 전통시장을 찾는 경우가 있다. 

 

전통시장에는 이처럼 옛 맛, 다양한 맛을 내는 식자재가 유통되고 있으나 그 식자재를 판매하는 사람들과 구입하는 사람들이 모두 고령자들이다. 그 주요 이유는 이들 식물이 재배화가 되어 있지 않아 산지 위주로 소량만이 유통되는 것과 함께 식문화가 전승되지 못한데 있다.

 

따라서 각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는 이들 식물의 사용으로 식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재배 생산에 의한 농가 소득증대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전통시장에 출하되는 음식재의 종류, 전통시장에서 옛 맛을 찾는 사람들의 경험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을 종합화한 후 지역의 특성에 맞는 종류를 육성하고 재배하여 유통시키는 것과 함께 조리법을 보급하면 농가소득 증대, 전통 식문화의 보존과 전승, 지역의 개성을 살리는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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