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보성읍 5일장에서 할머니의 나물 - 농업 칼럼니스트 농학박사 허북구
  • 기사등록 2022-04-18 08:41:44
기사수정

[전남인터넷신문]보성읍 5일장(녹차골 보성향토시장)은 2일과 7일에 선다. 4월 17일 식재료 조사차 보성읍 오일장을 방문했다. 


보성읍 오일장은 산이 많고, 바다가 접해 있는 지리적 특성이 반영된 듯 시장에는 임산물, 수산물, 농산물이 골고루 있었고, 풍부했다. 

 

일요일을 맞이해 장을 찾은 사람들 또한 많았다. 2022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까지 시장을 들쑤시고 다니는 바람에 시장은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번잡한 시장 통로에는 나물을 채취해서 팔려나 온 사람들도 많았다. 시장에서 직업적으로 자리를 잡고 채소를 판매하는 분 외에 나물을 팔려 나온 분들은 50여 명 정도 되었다.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자분들이었다. 팔러 나온 나물의 주요 종류는 고사리, 두릅, 취나물, 머위, 쑥 등으로 15년 정도 전쯤에 조사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줄어들었다.

 

“시골에서 혼자 사는데, 무료하기도 하고 돈이 생길 곳도 없고 해서 나물을 캐서 버스를 타고 나왔다”는 고령자분도 계셨는데, 그분이 팔려 나온 나물은 다 팔아도 2만 원이 안 되는 양이었다. 2만 원이면 나물을 캐서 다듬고, 버스를 타고 나물을 팔려 시장에 왔다가 되돌아가는 것까지를 생각하면 고달픈 일인데, 그런 분들이 더러 있었다. 

 

불미나리 한 다발 정도와 취나물 한 바가지 정도를 내다 팔고 있는 할머니를 지켜보았는데,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나 선거운동원들이 할머니에게 연신 인사를 하면서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며 자신이나 후보자를 소개했는데, 할머니와 할머니가 판매하는 나물에는 관심이 없었다.

 

나물의 양이나 할머니를 고려했다면 1만원이나 2만원 정도의 나물을 팔기 위해 시장에 나온 이유를 질문하거나 구매를 할 것인데, 관심을 가지거나 문제의식을 지닌 후보자나 선거원은 없었다.

 

보성읍 오일장뿐만 아니라 각 지역 오일장에서 고령자분들이 팔려고 나온 나물들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은 고령자분들이 갖고 나온 나물들은 대부분 대형 마트, 농협하나로마트 등지에서는 살 수 없는 것들로 식자재의 다양성과 지역 식문화 전승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둘째 고령자분들의 소일거리 제공과 수익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셋째는 지역의 식문화가 반영된 나물의 자원화 가능성과 발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고령자분들이 채취해서 판매하는 나물류는 위와 같이 중요한 의미가 있으나 공동출하, 공동판매, 유통 대행 등 유통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고, 1만원, 2만원 어치를 팔기 위해 버스를 타고 시장에 왔다가 그것을 팔고 집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고령자들의 사망 증가와 함께 전통 식자재와 식문화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현재,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다양한 복지 정책을 펴고 있으나 고령자분들에게 대한 복지와 소일거리 지원 차원에서 나물 등 전통 식문화의 보존, 전승 및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지원체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보성읍 오일장에서 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의 사정이야 어찌 되건 간에 표만 달라고 하는 정치인처럼 지역민들과 지역이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한 고민 없이 당선된 사람들이 지자체장이나 의원을 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성읍 5일장의 할머니 나물처럼 작은 것에서부터 지역과 지역민을 생각하고, 지역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선거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바라면서 전통 나물이 지역 고령자분들의 수입에 도움이 되고, 지역의 전통 식문화 전승과 발전에 활용될 수 있었으면 한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jnnews.co.kr/news/view.php?idx=32429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포토] '질서정연하게'…입장하는 8만 성도들
  •  기사 이미지 [포토] 청주교회 앞 열 맞춰있는 ‘8만’ 성도들
  •  기사 이미지 서구, 제26회 서창 만드리 풍년제
전남오픈마켓 메인 왼쪽 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